[특파원 칼럼] 美 '코로나 스타' 주지사들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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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26 17:30   수정 2021-02-27 00:04

[특파원 칼럼] 美 '코로나 스타' 주지사들의 거짓말

위기 땐 영웅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의 심장 뉴욕을 강타했을 때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63)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확진자가 하루에 10만 명 가까이 쏟아지자 매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깨알 같은 정보를 공유했다. 방역 강화에 소극적이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뉴욕시 전체를 수개월 간 폐쇄했다. 뉴욕 내 확진자 수는 작년 5월부터 하루 1만 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3선 경력의 주지사이자 차기 대선 후보로 꼽혀온 쿠오모는 요즘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가 공개해 온 코로나19 사망자 숫자가 조작됐다는 게 드러나서다.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요양시설의 사망자 수를 은폐한 혐의로 뉴욕주 보건당국을 조사 중이다. 쿠오모 측은 그동안 주 내 요양시설 사망자가 총 8500여 명이라고 밝혀왔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1만5000여 명이었다. 유가족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 끝에 검찰이 확인한 결과다.

쿠오모 측은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 쟁점화하는 걸 막기 위해 일부러 적게 발표했다”고 변명했다. 되레 역풍이 거세지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숫자를 축소한 게 아니라 정보 공개 시기가 지연됐을 뿐”이라고 했다.

앞서 작년 3월 전염병이 창궐할 당시 쿠오모는 소신이라며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더라도 요양시설 거주자의 출입을 막아선 안 된다”는 지침을 내놨다. 이후 시설 내 사망자가 급증하자 자신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거듭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설상가상 지난 24일엔 성 추문까지 터졌다. 30대인 전 보좌관(린지 보일런)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신체를 만졌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보일런은 언론에 나와 “주지사를 오랫동안 존경했지만 그의 잘못된 행동은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쿠오모는 고립무원 처지다. 같은 민주당 의원들은 “좌절감을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들은 주지사에게 부여된 보건 비상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론 김 등 일부 민주당 의원은 탄핵을 추진 중이다. 대권 도전을 꿈꾸던 쿠오모의 정치 생명이 사실상 끝났다는 시각이 많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인 캘리포니아의 개빈 뉴섬 주지사(53) 역시 코로나19로 울고 웃은 인물이다. 쿠오모와 같은 민주당 소속인 그는 50개 주 가운데 가장 먼저 자택 대피령을 발동했고, 학교는 물론 교회와 미용실 문까지 닫도록 했다. 야간 통행금지도 실시했다.

역풍을 맞은 건 지난해 11월이다. 방역 수칙을 어긴 채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열린 로비스트(제이슨 키니)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다. 키니는 그의 20년지기다. 위선자 논란이 일자 뉴섬은 “파티엔 갔지만 가이드라인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참석자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이 없었다는 게 언론 보도로 확인됐다. 뉴섬이 방역을 이유로 공립학교를 폐쇄했으나 정작 자신의 자녀들은 값비싼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주지사를 소환(리콜)한 뒤 재선거를 치르자는 주민 발의서는 벌써 180만여 장 모였다. 최소 기준은 150만 장이다. 다만 유효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리콜 여부는 미지수다.

뉴섬은 2018년 역대 주지사 중 최고인 6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상대 공화당 후보를 24%포인트 차로 눌렀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4월엔 지지율이 7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파티 스캔들’ 이후 조사에선 40%대로 급락했다.

최근엔 인종별 백신 접종률 격차가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캘리포니아 내 접종자 중 백인 비중이 32.9%인 반면 흑인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0%에 불과했다. 뉴섬은 “부자 동네에 많이 있는 접종소가 소수계 지역에 더 많이 설치됐어야 했다”고 인정했다.

2003년 36세의 나이로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오른 뒤 승승장구해온 뉴섬은 ‘내로남불’ 논란으로 내년 말 재선은 고사하고 지금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게 됐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결국 역풍을 낳는다.
재정 파탄 직면한 州정부들, 증세로 돌파구?
뉴욕 미네소타 펜실베이니아 등 미국의 일부 주들이 ‘부자 증세’를 추진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 적자를 메울 방법이 없어서다.

정보분석 업체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에 50개 주정부가 짊어져야 할 재정 손실분은 560억달러(약 63조원)로 추산됐다. ‘코로나19 지원금’ 등 명목으로 지출이 늘었지만 세수는 되레 줄었기 때문이다. 뉴욕주가 작년 4~12월 거둬들인 세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했다.

뉴욕이 선택한 방법은 증세다. 연간 500만달러 이상 버는 초고소득자에게 3년간 한시적으로 14.7%의 높은 세율을 매기자는 것이다. 관련법이 주의회를 통과하면 뉴욕은 캘리포니아를 제치고 소득세율이 가장 높은 주가 된다.

미네소타 역시 50만달러(부부 합산 기준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의 세율을 1%포인트 높인 10.85%로 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는 현재 3.07%인 소득세율을 4.49%로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다만 고소득자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 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아 뉴욕을 빼놓고선 두 주의 증세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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