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토르 피아졸라는 자유분방한 탱고를 소리로 표현해냈다. 직관적이면서 세련된 선율을 써냈다. 처음 들어도 익숙한 느낌이 든다. 그가 사랑받은 이유다. 부둣가 선술집을 찾는 뱃사람부터 화려한 사교장에서 춤을 추는 젊은이들까지 마음을 빼앗겼다. 피아졸라의 탱고, 어떤 곡부터 들어야 할까.
‘아디오스 노니노’는 명곡 중 명곡으로 불린다.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추모하려고 지었다. 처연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관객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황장원 음악평론가는 “슬픔과 애틋한 추억이 교차하다가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우리네 인생을 은유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곡가이기 전에 연주자였던 피아졸라의 반도네온 기교를 듣고 싶다면 ‘리베르 탱고’를, 현악기 선율에 실린 애수를 느끼려면 ‘망각’을 들어보자. 남미의 정취를 간접 체험하는 데 제격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도 있다. 나른한 봄부터 스산한 겨울까지 아르헨티나의 사계절을 한 곡에 담아냈다.
첫술에 배부르고 싶다면 ‘탱고의 역사’부터 감상하면 된다. 피아졸라가 탱고 변천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곡이다. 악장마다 탱고 역사를 시대별로 나눠 담았다.
편성에 따라 자신만의 트랙 리스트를 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요마, 솔 가베타 등 첼리스트들이 독주로 풀어낸 ‘망각’과 체임버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에스메콰르텟 등 현악4중주단이 들려주는 ‘천사와 죽음’ 등을 감상하는 식이다.
탱고에 발을 들인 김에 한 발짝 더 나아가보자. 탱고의 황금기를 열었던 거장들의 곡을 감상하는 것이다. 195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가 등장하기 전 청춘들은 사교장에서 탱고를 즐겼다. 1930년대를 풍미한 카를로스 가르델의 ‘간발의 차이로(Por una cabeza)’나 마토스 로드리게스의 ‘라 쿰파르시타’, 퀸테토 레알의 ‘그녀를 휘파람으로 부르다(La llamo silbando)’를 피아졸라 작품과 비교하며 들으면 좋다.
음반이나 영화 대신 날것을 느끼고 싶은 애호가들을 위해 대면 공연도 열린다. KBS교향악단이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졸라를 기리는 공연을 연다. 그의 대표곡들을 연주하고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와 브랜든 최(색소폰)가 협연자로 나선다. 오는 9월에는 피아졸라의 적통을 이은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이 한국을 찾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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