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4] 유한양행,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 꿈꾸는 비소세포폐암 신약 출시

입력 2021-03-19 09:10   수정 2021-07-11 10:23

<p> ≪이 기사는 03월 19일(09:10)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은 국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의 최강자로 꼽힌다. 지난 1월 31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은 ‘렉라자’ 덕분이다. 3년 전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바이오테크에 1조4000억 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바로 그 치료제다. 유한양행은 얀센과 함께 렉라자를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국내 첫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따지고 보면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메실산염일수화물)는 유한양행이 낳은 친자는 아니었다. 국내 신약 개발 업체 오스코텍의 자회사인 제노스코가 갖고 있던 물질을 2015년 입양했다. 그때만 해도 전임상 직전 단계여서 그저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일 뿐이었다. 이게 최종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당시 프로젝트 리더로 렉라자 후보물질 도입 등을 검토한 오세웅 유한양행 연구소장은 망설임 없이 도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당시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개발된 데다 화이자, 한미약품 등 국내외 제약사들이 폐암 치료제 개발을 눈앞에 둔 상태여서 빨리 후보물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훌륭한 후보물질을 만 났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뇌전이 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

비소세포폐암은 3만 명에 달하는 국내 폐암 환자의 80~85%를 차지한다. 이들 중 30~40%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에 돌연변이가 생긴다. 이런 환자에게는 1~2세대 표적치료제를 투약하지만 50~60%는 T790M이라는 저항성 돌연변이가 발생해 약에 내성이 생겨 상태가 나빠진 다.

렉라자는 이런 환자들을 위한 3세대 표적치료제다. 폐암 세포 성장과 분화, 생존에 관여하는 돌연변이 티로신키나아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등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폐암 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막는다. 1·2세대 EGFR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T790M 돌연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2차 치료제란 얘기다. 타그리소가 휘어잡고 있는 2차 치료제 시장의 대항마로 나서는 셈이다.

렉라자는 혈뇌장벽(BBB·Blood Brain Barrier)을 잘 통과할 수 있어 뇌로 전이된 폐암 환자에게 우수한 효능을 보인다. 야생형 EGFR에 대한 활성이 낮아 야생형 EGFR을 표적해 발생하는 부작용이 적다는 것도 강점이다. 타그리소와 직접 비교하는 시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지표를 보면 타그리소에 못지않은 약효를 보이고 있다.

렉라자의 효능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건 작년 5월 미국 임상암학회(ASCO) 연례학술행사에서였다. 임상 1·2상 시험에서 2차 치료제로 레이저티닙 240㎎을 하루 1회 투여한 결과, 항종양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T790M 양성환자 76명 가운데 렉라자 투여 후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한 환자가 독립적 판독에서 57.6%, 연구자 판독에서 72.4%로 나온 것. 투여 후 질병이 악화되지 않은 기간(무진행 생존기간·PFS)의 중앙값은 독립적 판독에서 11개월, 연구자 판독에서 13.2개월로 나타났다.

뇌 전이 억제 효과도 확인됐다. 렉라자 20~320㎎을 투여한 뇌전이 환자 64명 중 90.6%가 효과를 봤다. 두개강 내 종양의 크 기가 최소값 대비 20% 미만으로 증가하거나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소세포폐 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뇌로 암이 옮아간다는 점에서 렉라자의 뇌 전이 억제 결과는 약의 효능을 평가할 때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오 소장은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렉라자의 약효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렉라자의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치료 효과가 좋다 보니, 렉라자에 대한 임상 3상 시험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식 처는 일단 의료 현장에서 쓸 수 있도록 조건부 시판 허가를 내줬다. 렉라자를 처방받은 환자는 하루 한 번 240㎎(80㎎ 3정)을 일정 한 시간에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하면 된다.

오 소장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의학 저널 <란셋 온콜로지>가 렉라자 임상 결과를 싣겠다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span>란셋>에 실렸다는 것만으로도 유효성 및 안전 성을 인정받은 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 추진

현재 렉라자에 대한 임상시험은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일단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적응증(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에 대한 임상 3상을 끝마쳐야 한다. 유한양행은 올 1월 렉라자에 대해 국내에서 실시한 임상 2상(치료적 탐색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임상 3상(치료적 확증 임상시험)을 시판 후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 신청했다.

두 번째는 얀센이 개발 중인 이중 항암 항체인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임상이다. 아미반타맙은 암세포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EGFR과 중간엽상피전이인자(MET)를 동시에 겨냥하는 치료제다. 얀센은 2018년 렉라자를 1조4000억 원에 사들일 때부터 아미반타맙과 함께 처방하는 걸 염두에 뒀다.

얀센은 이후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유럽종양학회 온라인 학술대회(ESMO Virtual Congress 2020)에서 공개한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관련 1b상 중 간분석에 따르면 병용요법은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L858R 변이를 동반하고 선행치료 경험이 없었던 비소세포폐 암 환자에게서 100 %의 객관적 반응률(ORR)을 보였다.
타그리소 투여 후 재발한 환자에게서도 35%의 반응률을 보였다. 얀센은 3상 결과가 나오는 대로 전 세계를 무대로 제품 출시에 나설 계획이다.

렉라자 단독요법으로 1차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는 글로벌 3상도 진행 중이다. 1차 치료제로 허가받으면 렉라자의 몸집은 세 배가량 불어날 수 있다. 1차 치료제를 쓸 수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수(국내 3000여 명)가 2차 치료제를 쓰는 환자 수(1000여 명)보다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오 소장은 1차 치료제로 허가되면 렉라자 판매량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등극하는 데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렉라자는 이미 전 세계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렉라자의 연 매출이 최대 5억 6900만 달러(약 6247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제약업계에선 경쟁 약물인 타그리소 매출이 1조 원에 달하는 데다 폐암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점을 들어 1조 클럽 가입도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글로벌데이터는 전 세계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이 2019년 192억 달러에서 매년 평균 5.5% 성장해 2029년 329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hr >*애널 분석

"렉라자 모멘텀은 올 하반기부터" by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
올 하반기 국내에서 렉라자의 처방을 기대하고 있으며, 렉라자의 R&D 모멘텀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얀센의 아미반타맙과 병용투여 임상 2상 결과도 올해 하반기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 결과가 의미 있다면 2022년 하반기에 (글로벌) 승인이 가능하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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