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비슷한데 시총은 지멘스 1/3…히타치의 선택은?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3-28 07:37   수정 2021-03-28 07:43


히타치는 일본 기업으로서는 드물게 탈석탄사회에 대비한 사업재편을 거의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히타치카세이(化成), 히타치금속 등 소재 관련 자회사가 많은 히타치는 전자기업 가운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특히 많은 그룹이었다. 이 때문에 독일 지멘스와 비슷한 매출 규모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류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자금으로부터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히타치가 사업재편에 착수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7873억엔(약 8조3318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다. 모기업과 자회사의 경영 전략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다는 시장의 지적을 받아들여 22개에 달했던 상장 자회사를 정리했다.

11년 동안 사업재편을 지속한 결과 히타치그룹의 상장 자회사는 현재 히타치건설기계와 히타치금속 2개만 남았다. 히타치금속은 매각작업에 착수했고, 히타치건기도 보유지분(51%)의 절반을 팔아 자회사에서 제외시킬 예정이다.

히타치의 사업재편이 높은 평가를 받는 건 그룹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태기업까지 모조리 정리한 과감성이다. 1906년 광산회사로 출발한 히타치는 히타치금속과 히타치카세이, 히타치전선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히타치카세이는 작년 4월 쇼와전공에 매각했다. 히타치전선은 히타치금속에 합병했다. 히타치금속의 매각작업이 완료되면 ‘고산케(御三家·3대 핵심 기업 및 인물을 가리키는 일본식 표현. 에도시대 오와리, 기슈, 미토의 3가문이 특별대접을 받은 역사에서 비롯)’로 불리던 모태기업을 모두 정리하게 된다.

히타치의 사업재편은 탈석탄시대를 맞아 더욱 주목을 받는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자회사를 집중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지난해 미쓰비시중공업에 양도한 데 이어 히타치건기까지 그룹에서 떼어내면 히타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분의 1로 줄어든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보다 적고 지멘스나 도시바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1년 2000엔을 밑돌았던 주가는 5000엔 수준까지 회복됐다.

반면 지난해 창업 150주년을 맞은 미쓰비시그룹은 사업재편에 소극적이었던 후유증을 앓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등 주력 상장사 21곳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해도 25조엔 규모로 2004년 창업한 구글(알파벳)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2004년 이후 6배 증가하는 동안 미쓰비시그룹 주력 상장사들은 제자리걸음이었다.

3대 상장사인 미쓰비시중공업, 미쓰비시상사,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모두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배를 밑돈다. 그룹의 가치가 계열사 가치의 합에 못미치는 기업집단 할인(conglomerate discount)에 빠지면서 주가가 만성적인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이다.

컨설팅 회사인 롤랜드 베르가의 가이세 히토시 파트너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대에 미쓰비시그룹은 국방과 인프라 등 유형자산을 중시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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