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의 논점과 관점] 김상조 罪는 내로남불이 아니다

입력 2021-03-30 17:47   수정 2021-03-31 03:58

전격 경질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잘못은 내로남불 정도가 아니다. 그런 위선이야 이 정부에서 수없이 봐왔다. 너그럽게 ‘퉁쳐줄’ 수 있다. 농지를 편법 취득하고 9개월 만에 대지로 변경한 대통령이 ‘농지취득 심사 강화’를 외치는 수상한 시절 아닌가.

김 전 실장의 진짜 죄책은 주택시장 혼란을 빤히 예상하고도 전·월세 상한제를 감행해 ‘부동산 지옥’을 만든 것이다. 법적으로 말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서민 삶 파괴죄’다. 미필적 고의는 파괴적 결과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범죄를 내지른 경우를 일컫는다. 세입자에게 전셋값을 14%나 올려받을 즈음에는 그도 분명히 ‘임대차 3법’의 후폭풍을 인식했을 것이다. 전·월세 편법 인상으로 결국 세입자에게 최종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지적도 많은 전문가가 끊임없이 제기해온 터였다.
미필적 고의로 '부동산 지옥'
김 전 실장의 미필적 고의는 감당 못할 경제적 고통을 서민들에게 안겼다. 작년 7월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되자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억~2억원이 올랐다. 3월 현재 평균 전셋값은 6억562만원이다. 근로자 연봉(평균 3400만원)을 18년간 모두 모아야 서울 아파트 전세살이가 가능한 현실, 지옥이 있다면 비슷할 듯싶다. 경제적 고통을 넘어 그는 서민의 꿈을 저격했다. 힘든 일상에서 돌아와 가족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지상의 쉼터 한 칸’이라는 소박한 꿈 말이다.

미필적 고의로 범벅된 정책은 임대차 3법만이 아니다.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로 달려가 ‘비정규직 제로’를 1호 정책으로 선언할 때부터 조짐이 나빴다. 운 좋게 그 시점에 비정규직이던 사람만 대박 나는 정책을 쇼하듯 밀어붙인 결과는 참혹하다. 수많은 취준생이 입사 기회를 봉쇄당했고, 공사 내부에선 을과 을의 갈등이 폭발했다. 마사회는 ‘알바생 정규직화’에 매달리다가 지난해 신입 공채가 0명이다. 이 정부 4년 동안 비정규직은 오히려 95만 명 급증했다. 이명박(22만 명)·박근혜 정부(53만 명) 시절을 압도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간판 정책인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다. 급격한 인상은 사회적 약자들을 고용시장 바깥으로 내몰 것이라고 국책연구기관인 KDI까지 경고했다. 그런데도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 등은 밀어붙였고, 그 결과는 역대급 실업 사태다.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재원 대책 없는 ‘문재인 케어’ 등의 궤적도 대동소이하다.
정치권 눈치 보다 서민 삶 파괴
‘미필적 고의’ 정책이 양산한 부작용에 대처하는 방식은 더욱 가관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으로 실업이 쏟아져도 대통령은 “긍정적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자찬했다. 실직자를 빼고 일자리를 지킨 근로자만 따진 어이없는 계산법이었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자 통계 오류라며 통계청장을 충성파로 갈아치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만만찮다. 고용 통계 ‘마사지’ 외에 별 의미가 없다는 평가에도 ‘세금 알바’ 정책을 로봇처럼 밀어붙이고 있다. 내년에도 600조원에 육박하는 초슈퍼 퍼주기 예산을 짰다. 그래서는 분배도, 성장도 안 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인 만큼 미필적 고의에 의한 ‘국고 탕진죄’의 혐의가 짙다.

이 모든 소동 뒤에는 표 계산에 목숨 거는 거대 여당이 자리한다. 안전도, 효율도 검증되지 않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최소한의 적법 절차도 무시했다. 28조원이 든다는 건설비를 부산시장 선거 예상 투표자로 나누면 1인당 1700만원이다. 대놓고 ‘선거용’임을 과시하는 모습에선 미필적 고의를 넘어 명백한 고의가 충만하다. 한국의 경제·법치·민주주의가 미필적 고의범죄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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