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업을 둘러싼 해묵은 이슈인 ‘직역(직무)수호’ ‘변호사 시험(변시) 합격자 수 조절’ 논란이 동시에 재점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법조시장 한파와 변호사 수 급증이 겹쳐 변호사와 세무사·변리사 등 전문 자격사 간, 변호사와 변호사를 준비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 간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런 해묵은 갈등은 변협이 지난 12일 연 ‘세무사법 개정안 위헌성 검토 토론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성중탁 변호사는 “변호사의 세무대리업을 제한하려는 세무사법 개정안은 ‘돈이 되는’ 기장업무를 세무사들이 독점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정숙 무소속 국회의원은 “세무사법에 따라 변호사가 관련 직역을 빼앗기게 된다면 앞으로 변리사법·공인중개사법 더 나아가 탐정사법 개정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직역을 침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자격 취득자의 경우 지금은 별도의 시험을 보지 않아도 일정시간 연수를 받으면 변리사·공인중개사 등의 자격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2018년 1월 이전 변호사 자격 취득자는 같은 방법으로 세무사 자격증도 딸 수 있다.
이처럼 오랜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법조계에 닥친 불황 때문이다. 박종흔 변협 수석부협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면접촉이 줄어들면서 송사가 많이 감소했다”며 “게다가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쏟아지면서 경쟁이 극심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10회 변호사 시험 진상규명 및 대책을 위한 응시자 모임(응시자모임)’은 “밥그릇 지키기 급급한 변협의 이기적 행태를 비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학교수회도 “법률소비자가 더 많은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원하는데 (합격) 정원을 줄이자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스쿨 학생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부산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A씨(31)는 “합격인원 축소는 이른바 ‘고시낭인’을 줄이겠다는 로스쿨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아주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B씨(26)는 “그만큼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는 말 같다”며 “쉽사리 이기적이라고 비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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