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새 서울대학생회"…의문의 보수단체

입력 2021-04-18 17:51   수정 2021-04-19 01:51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단체 ‘트루스포럼’이 서울대의 새 학생회를 자처하고 나서면서 대학가에서 총학생회의 정치적 편향성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트루스포럼은 서울대 본부 앞에서 서울대 새 학생회 출범식(사진)을 열었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는 “기존 서울대 총학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사상과 1980년대 운동권 역사를 이어받아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며 “총학에 대항하는 새 학생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트루스포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탄생했다. 서울대 법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김 대표가 2017년 2월 탄핵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인 것이 시작이었다.

2019년에는 ‘태극기 집회를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탄핵은 언론의 거짓 선동으로 진행됐다”는 대자보를 게시했고 지난해에는 “4·15 부정선거 의혹, 철저히 조사하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019년 SNS에 트루스포럼을 가리켜 “서울대 안에 태극기 부대와 같이 극우 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쓴 것에 대해 모욕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이듬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트루스포럼은 기독교적 가치관도 중시한다. 회원의 80%가 기독교인이라는 설명이다. 서울대가 2014년부터 추진해오던 인권헌장 가안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들어가자 트루스포럼은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트루스포럼의 새 학생회 학부생 대표인 권영찬 씨(종교학과 4년)는 “기존 총학은 기성 정치세력과 협력하고 1980년대 운동권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이들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선거에 참여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 재학생은 최근 총학생회가 운동권과 긴밀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013년 이후 서울대에서는 6년 연속 비운동권 후보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A씨(26)는 “2010년대 이후로는 비운동권이 강세였다”며 “사상적 이슈가 아니라 편리한 학교생활을 위한 공약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루스포럼 측은 서울대 지부의 재학생 회원이 20여 명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20여 명은 졸업생과 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내 동아리로 등록되진 않은 상태다.

서울대 정치학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강민정 씨(26)는 “학생이 아닌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포럼인데 과연 이것을 학생회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가입을 위해 동의해야 하는 내용을 보면 학교생활에 관한 것보다 정치적인 내용이 많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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