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선율 속에 숨겨진 경제 현상 파헤치기

입력 2021-04-22 17:23   수정 2021-04-23 02:35

앨런 크루거 전 프린스턴대 교수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다. 소득 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세대 간 계층이동성이 낮아진다는 ‘위대한 개츠비 곡선’은 그의 대표적인 연구 성과로 꼽힌다. 1995년 미국 전역의 패스트푸드점과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 연구는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실업률이 증가한다’는 기존 주류 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집중했던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가 ‘가장 트렌디한 산업’이라는 음악산업을 분석하는 데 생의 마지막 시간을 쏟아부었다. 《로코노믹스》는 그의 말년의 관심사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책 제목이기도 한 ‘로코노믹스’는 인기 음악 장르인 록(rock)과 경제(economics)의 합성어다. 음악산업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경제학의 관점으로 풀어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확대되고 있는 빈부격차 등 사회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미국 전체 콘서트 수입에서 상위 1% 공연자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82년 26%에서 오늘날 60%로 증가한 것처럼, 197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상위 1% 가구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서 22%로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처럼 경제 성과가 집중화되는 현상이 강화되는 주요 원인으로 저자는 디지털 기술의 등장을 꼽는다.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로 모든 소비자의 수요가 소수의 슈퍼스타에게 쏠려 승자독식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급격한 성장으로 기존 소매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아마조니제이션(Amazonization)’ 현상이 음악산업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SNS 발달로 유행을 좇는 사람들의 경향이 훨씬 더 심화된 점도 콘텐츠 양극화의 원인으로 언급된다.

점점 더 많은 가수가 다른 가수들과 협업해 곡을 발표하는 이유는 외주 제작이 일반화된 음반제작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 설명한다. 외주 제작 관행이 일반화되면서 조만간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세계 최대 음반 제작사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담았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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