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코알라] 500만원도 뚫었다…지금은 '이더리움의 시간'

입력 2021-05-11 01:22   수정 2021-05-11 10:42


"사둘 걸!"

요즘 이 소리 가장 많이 듣는 암호화폐를 꼽자면 단연 이더리움(ETH) 아닐까.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 가격이 거침 없이 뛰고 있다. '대장주' 비트코인이 상승동력을 좀처럼 되찾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이더리움의 질주가 더욱 돋보인다.

이더리움은 '국내 가격 500만원, 해외 시세 4000달러'의 벽을 깨부수며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11일 오전 1시 업비트에서 이더리움은 517만원에 거래됐다. 전날 오후 사상 처음 500만원대에 진입, 밤 10시께 529만원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조정을 이어갔다. 올해 첫날(82만원)과 비교하면 4개월여 만에 6배 이상으로 값이 올랐다.

같은 시간 미국 코인베이스에서 이더리움 값은 하루 전보다 7%가량 오른 4167달러를 기록했다. 시총은 5000억달러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4월 한 달간 비트코인이 2% 하락한 반면 이더리움은 40%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올초 테슬라와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비트코인을 투자·결제수단으로 인정한 데 힘입어 뜨거워진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더리움이 주도권을 넘겨받은 모양새다.


지난달부터 이더리움에는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주주인 유럽투자은행(EIB)이 이더리움 망(網)을 활용해 1억유로어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다는 소식이 가격 상승세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베를린 하드포크'라는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면서 망을 활용하는 데 드는 수수료(가스비)가 낮아졌고, 이를 계기로 이더리움 사용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디지털 플랫폼으로서의 기반에 걸림돌이 되던 수수료, 전송속도 등의 문제점이 속속 해결되면서 이더리움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더리움은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자산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를 알트코인(alternative+coin)이라고 부른다. 이더리움도 알트코인의 하나이긴 하지만 다른 알트코인과는 '급'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기술력이 일정 수준 이상 검증됐다는 점에서다. 암호화폐를 사들이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까지만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나머지 암호화폐는 아직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이 '코인계의 금(金)'이라면, 이더리움은 '코인계의 원유(原油)'라고 비유한다. 이더리움이 다양한 블록체인 응용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다. 블록체인 기반의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DeFi), 원본 인증 기술인 대체 불가능 토큰(NFT) 등은 대부분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시몬 피터스 이토로 연구원은 "이더리움은 비트코인보다 쓰임새가 다양해 투자자와 개발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됐고, 결제 수단 또는 투자 자산으로서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이더리움은 코인 발행량의 상한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특정 조건이 달성될 때 거래를 체결하는 '스마트 계약'을 구현할 수 있고,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르면서 전력 소모는 적다는 게 강점이다.

비트코인이 단기간에 너무 올랐던 것도 이더리움의 상대적 매력을 더욱 높인 요인이다. 이더리움 가격이 몇 달 안에 1만달러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업계 관계자가 늘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 루노의 비에이 아야르 아시아태평양 최고책임자는 "시장은 비트코인에 비해 이더리움이 저평가됐다는 사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며 "이더리움이 내년 초까지 1만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더리움 열풍도 '거품'이라며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이더리움은 2015년 러시아 출신 개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개발했다. 부테린은 한국에서 열린 암호화폐 관련 행사에도 종종 등장해 국내 투자자에게도 친숙한 편이다. 1994년생인 그는 이더리움 강세에 힘입어 10억달러 넘는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임현우 기자

5월11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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