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혁신의 비결은 '변이'와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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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3 17:51   수정 2021-05-14 02:46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혁신의 비결은 '변이'와 '적응'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인류가 처음 탄생했을 때는 알몸이었다. 알몸으로 걷고 뛰며 사냥하는 동안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나면서 동물의 가죽으로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맨발이 날카로운 돌에 찢기면서 신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수많은 도구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필요가 누적된 결과로 탄생한 것이다. 어느 정도 필요가 채워지자 이제는 욕망이 발명을 이끌었다. 더 작은 것을 보고 싶다는 욕망은 눈을 발전시켜 현미경을 탄생시켰고, 추위를 극복하고 싶다는 욕망은 피부를 대신하는 따뜻한 옷을 만들어냈다. 더 빨리 이동하고 싶은 욕망은 다리를 뛰어넘는 운송 수단으로 진화했고, 후손들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욕망은 기억력을 확장한 책을 만들어냈다.

지난 4월 일본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진화사고(進化思考)》는 신생 출판사 아마노카제(海士の風)에서 출간한 첫 번째 책이라는 점에서 우선 흥미롭다. 무려 40억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남은 생명체의 생존 전략을 창의성과 연결하고 있다. 게이오대 초빙교수로 ‘굿디자인상’과 ‘아시아 디자인상 대상’ 등 여러 수상 경력을 갖고 있는 디자인 전략가 다치카와 에이스케(太刀川英輔)는 자연생태계의 진화 과정에서 창조성의 본질을 찾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150여 개의 사진과 도판을 통해 어떤 변화에도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콘셉트 전략을 소개한다. 변수, 융합, 역전, 분리, 전이, 증식 등 자연 세계에서 변이가 탄생하게 되는 아홉 가지 이유를 열거하면서, 그것들을 혁신을 위한 생각법에 적용해볼 것을 제안한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진화사고’란 ‘변이’와 ‘적응’의 두 가지 프로세스를 반복하며 창조성을 발휘해 해결책을 찾는 생각법을 의미한다.

‘변이’와 ‘적응’은 생물 다양성을 설명하는 용어이면서 책의 핵심 키워드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오랜 변이와 적응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 종류의 생물 무리에는 다양한 ‘변이’가 존재하기 마련이고, 생물이 서로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았다. 이런 과정이 오래 반복되면서 원래의 생물과 다른 특징을 가진 생물이 나타났고 오늘날과 같은 생물 다양성이 가능해졌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문명도 다르지 않다. 기존 세계에서 변이에 의해 우발적으로 무수한 아이디어가 탄생했고, 수많은 아이디어가 각각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자연 선택됐다. 생물과 마찬가지로 변이와 적응을 반복하면서 도태되는 아이디어와 생존하는 아이디어로 나뉘었고, 살아남은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간절한 필요와 욕망에 부합하는 것이 결국 혁신을 일으켰다.

코로나19와 기후 온난화로 인한 환경 위기에 대해 책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극적인 변화와 미증유의 위기 가운데 인류가 길을 잃었다고 평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과 생태를 기반으로 하는 ‘진화사고’야말로 미래 세대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각종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변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만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진화사고》는 우리의 생각에도 적극적인 변이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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