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실업수당 더 주니 줄어든 美 일자리

입력 2021-05-14 17:32   수정 2021-05-15 00:11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브라보 피자’는 카운터에서 일할 직원을 수주일째 뽑지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다. 가게 주인은 “채용하기가 이렇게 어렵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구인난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3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채용 공고가 812만3000건으로 전달보다 7.9%(59만7000건) 늘었다. 200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 봉쇄령이 속속 해제되면서 숙박·식음료 부문 공고가 100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실제 채용은 공고 대비 210만 명이나 적었다. 3월 채용이 전달에 비해 3.7% 증가한 600만 명에 그쳤다. 이 같은 인력 수급 불일치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 11월엔 충원하지 못한 인력이 50만 명에 불과했지만 5개월 만에 네 배 넘게 확대됐다.

자영업자와 소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미국자영업연맹(NFIB) 조사 결과 지난달 채용 공고를 낸 회원사의 44%가 인력 충원에 실패했다. 1970년대 이후 가장 높다.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는 지난달 겨우 26만6000명 늘어나 시장에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최소 98만 명에서 최대 210만 명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빌 던켈버그 NFI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은 기업들은 보너스 등 유인책을 제시해도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실업률이 6.1%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백신 대량 보급으로 감염 위험까지 줄었는데 어찌 된 일일까. 재계와 학계에선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지급하기 시작한 추가 실업수당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실업수당이 지나치게 후하다 보니 놀면서 돈만 받으려는 사람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미국 50개 주의 주당 평균 실업수당은 387달러다. 연방정부는 코로나19 지원금 성격으로 매주 300달러씩 더 챙겨주고 있다. 당장 직업을 구하지 않아도 연평균 3만6000달러(약 4000만원)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소득세도 붙지 않는다. 연방정부 최저 시급(7.25달러)의 두 배 넘는 급여를 받아도 벌 수 없는 돈이다. 퍼주기식 실업수당이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미국 내 공식 실업자는 현재 981만 명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각종 수당을 타는 사람은 1686만 명에 달한다. 특히 코로나19 추가 실업수당을 받는 사람은 728만 명이라는 게 노동부의 통계다. 지난 3월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시행되면서 추가 실업수당은 오는 9월 6일까지 계속 지급된다.

기업들은 절박하다. 미 최대 스테이크 체인점인 텍사스 로드하우스의 제리 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한 웨비나에 참석한 자리에서 “채용 공고를 내면 이력서가 쏟아지지만 실제 면접장에 나오는 사람은 놀랄 만큼 적다”며 “인력 수급 문제가 기업의 최대 위협”이라고 토로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려고 구직 시늉만 낼 뿐 실제 일할 의사가 있는 실직자는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패스트푸드인 맥도날드 가맹점협회도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때문에 신규 채용이 매우 어렵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국 회원들에게 보냈다. 협회는 “사람을 더 뽑으려면 임금을 올려줘야 하는데 결국 메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 정책이 물가 상승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해석됐다.

“관대한 실업수당이 구직 활동을 막는다는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보여온 조 바이든 대통령도 부작용을 경계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실업자가 적합한 일자리를 제안받으면 수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혜택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육 문제로 당장 일할 수 없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기회가 생겼을 때 취업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상 지원’ 얘기가 많이 나온다. 어떤 정책이든 근로 의욕을 꺾을 정도면 부작용이 훨씬 크다. 미 실업수당 정책이 과유불급(過猶不及) 교훈을 주고 있다.
"추가 수당 필요 없다"…연방 지원 끊는 주정부
미국 연방정부의 넉넉한 실업수당이 오히려 인력난을 가중시키자 주(州)정부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아이오와, 앨라배마, 미시시피, 아칸소 등 최소 10개 주는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주당 300달러의 실업수당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곳 주지사는 모두 공화당 소속이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1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실업수당 프로그램이 코로나19 시대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며 다음달 하순부터 연방 지원을 막기로 했다.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주지사도 “경제 회복을 막는 노동력 부족의 원인이 추가 수당”이라며 수당 중단 방침에 동참했다.

‘눈먼 돈’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실업수당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정부 수당을 타내려는 ‘신분증 위조’ 사기 건수가 작년에만 138만 건에 달했다. 전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노동부는 지난 3월 “전체 실업급여의 최소 10%인 890억달러가 부적절하게 지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추가 실업수당 중단 움직임에 부정적이다. 비영리단체인 미국고용법프로젝트는 “수당 중단으로 타격을 받게 될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과 유색인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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