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업급여 중독'에 극약처방…반복수급 땐 절반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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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5-16 12:16   수정 2021-05-16 13:29

[단독] '실업급여 중독'에 극약처방…반복수급 땐 절반 깎는다


앞으로 실업급여를 주기적으로 반복수급하면 수급액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 또 실직 신고 후 실제 실업일로 인정받기까지의 기간도 현행 1주에서 최대 4주로 늘어난다.

16일 고용노동부와 노사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의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르면 내달 초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이런 방안을 마련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한데다 수급액과 기간을 늘리는 등 보장성 강화로 지출이 늘면서 고용보험 기금에 ‘빨간 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1995년 고용보험 도입 이후 반복수급을 이유로 ‘패널티’를 도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실업급여 혜택 축소 대상은 직전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수급한 사람이다. 5년내 3회째 수급 때는 10%를 감액하고, 4회째는 -30%, 5회째는 -40%, 6회째는 50%까지 감액된다. 실업급여는 직전 18개월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료를 납부하고 비자발적 실직을 했을 경우 보험료 납부기간과 연령에 따라 4~9개월간 받을 수 있다. 현재 실업급여 하한액은 하루 6만120원, 한달에 약 181만원이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직전 5년간 6번이나 실직과 실업급여 수령을 반복했을 경우 마지막 회차 실업급여는 월 90만원만 받게 된다.

실직 신고 후 실업급여 수급이 시작되는 날까지 대기기간도 길어진다. 지금은 가령 5월1일에 실직 신고를 하면 5월8일부터 실업급여가 지급되지만, 앞으로는 6월1일이 돼서야 실업급여가 지급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당초 반복수급자에 대해 수급 횟수 제한도 검토했으나 이번에는 수급액 감액과 대기기간 확대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제외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달 말 기본안을 마련해 노동계와 경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제도개선TF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상반기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6월 중에는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년간 3회 이상 수급 9만4000명에 4800억 지급
3년새 지급액 2배 늘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실직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실업급여 혜택 축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반복수급자와 지급액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도 있지만 정부의 재정일자리 사업 확대로 기간제 일자리가 늘었고, 무엇보다도 2019년 실업급여 수급액과 기간을 대폭 늘리면서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보다 놀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게 낫다는 ‘모럴해저드’를 조장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매년 급증하는 실업급여 반복수급

고용노동부가 16일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2016~2020년 실업급여 반복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받은 사람은 9만4000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지급한 금액만 4800억원에 달한다.

잦은 실직과 취업으로 실업급여를 반복수급하는 사람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직전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017년 7만7000명, 2018년 8만3000명, 2019년 8만7000명이었다가 지난해에는 9만4000명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실업급여 액수는 2017년 2239억원, 2018년 2940억원, 2019년 3490억원, 2020년 4800억원이었다. 불과 3년새 지급액이 두 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서비스업종의 고용충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가 지난해 재정을 투입해 95만개의 직접일자리를 만들어 실업급여 대상자를 늘린 영향도 적지 않다. 여기에 정부가 2019년 10월 실업급여 보장성을 대폭 강화한 것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정부는 당시 실업급여를 받는 실직자 연령 구분을 기존 3단계(30세 미만, 30~49세, 50세 이상)에서 2단계(50세 미만, 50세 이상)로 단순화하고, 수급기간을 기존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렸다. 또 실업급여 지급수준을 종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면서 하한액을 하루 6만120원으로 정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하루 8시간 주5일 풀타임 근로자의 최저임금(월 179만5310원)보다 실업급여 하한액(181만원)이 많아지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정부가 ‘실업급여 중독’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홍 의원은 “정부가 민간 일자리 창출은커녕 재정을 낭비하면서 국민들의 도덕적해이를 조장한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실업급여”라며 “재정 낭비 차원을 넘어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을 허탈하게 만든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정 악화’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정부가 고용보험제도개선TF를 꾸리고 반복수급 대책까지 내놓는 것은 고용보험기금 사정이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총 11조8504억으로 역대 최대였다. 고용부는 밀려드는 실업급여 신청에 기금 고갈이 우려되자 지난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4조6997억을 빌려왔고, 올해도 3조2000억 가량을 당겨쓸 계획이다.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지난해 공자기금에 지급한 이자만 1330억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해도 기금 사정은 좋지 않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한달에 70만명 대를 넘나들면서 지난 2월 이후 실업급여 지급액은 3개월 연속 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7월(1조1885억원) 수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반복수급 제한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반복수급이 곧 모럴해저드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대책의 파급 효과에 비해 재정 건전화에 기여하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장은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이 문제라면 육아휴직급여 등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모성보호 관련 예산부터 고용보험기금에서 분리해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일자리를 확대해 실업급여 대상을 늘려놓고 이제와서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추후 고용보험료 인상을 위해서라도 ‘누수’는 막고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에서도 이미 고용보험기금 지출 효율화와 기금 건전성 강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며 “보험료 인상과 별개로 모성보호사업 관련 지출의 일반회계 이관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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