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만명이 3회 이상 받아…뒤늦게 '실업급여 얌체족'에 칼뺀 정부

입력 2021-05-16 17:36   수정 2021-05-17 03:48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실직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실업급여 혜택 축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반복수급자와 지급액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잠깐 일하다가 놀면서 실업급여를 받고자 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처럼 ‘얌체족’이 늘어난 것은 정부가 재정일자리를 확대하면서 기간제 일자리가 늘었고, 2019년 실업급여 지급액과 기간을 대폭 늘려 모럴해저드를 조장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급증하는 실업급여 반복수급
고용노동부가 16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2016~2020년 실업급여 반복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받은 사람은 9만4000명에 달했다. 이들에게 지급한 금액만 4800억원에 이른다.

잦은 실직과 취업으로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사람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직전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017년 7만7000명, 2018년 8만3000명, 2019년 8만7000명이었다가 지난해에는 9만4000명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실업급여 액수는 2017년 2339억원, 2018년 2940억원, 2019년 3490억원, 2020년 4800억원이었다. 불과 3년 새 지급액이 두 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서비스업종의 고용충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정부가 지난해 재정을 투입해 95만 개의 직접일자리를 창출해 실업급여 대상자를 늘린 영향도 적지 않다. 여기에 정부가 2019년 10월 실업급여 보장성을 대폭 강화한 것은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정부는 당시 실업급여를 받는 실직자 연령 구분을 기존 3단계(30세 미만, 30~49세, 50세 이상)에서 2단계(50세 미만, 50세 이상)로 단순화하고, 수급 기간을 기존 3~8개월에서 4~9개월로 늘렸다. 또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종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면서 하한액을 하루 6만120원으로 정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하루 8시간 주5일 풀타임 근로자의 최저임금(월 179만5310원)보다 실업급여 하한액(181만원)이 많아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정부가 ‘실업급여 중독’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홍 의원은 “정부가 민간 일자리 창출은커녕 재정을 낭비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실업급여”라며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를 허탈하게 만든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정 악화’ 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정부가 고용보험제도개선TF를 꾸리고 반복수급 대책까지 내놓는 것은 고용보험기금 사정이 이미 한계 상황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은 총 11조8504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보험료 수입에서 지출을 뺀 재정수지 적자폭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을 웃돌았다. 고용부는 밀려드는 실업급여 신청에 기금 고갈이 우려되자 지난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4조6997억원을 빌려왔고, 올해도 3조2000억원가량을 당겨쓸 계획이다.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지난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지급한 이자만 1330억원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해도 기금 사정은 좋지 않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한 달에 70만 명대를 넘나들면서 지난 2월 이후 실업급여 지급액은 3개월 연속 1조원을 웃돌고 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7월(1조1885억원) 수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반복수급 제한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반복수급이 곧 모럴해저드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대책의 파급 효과에 비해 재정 건전화에 기여하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1본부장은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이 문제라면 육아휴직급여 등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모성보호 관련 예산부터 고용보험기금에서 분리해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일자리를 확대해 실업급여 대상을 늘려놓고 이제 와서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추후 고용보험료 인상을 위해서라도 ‘누수’는 막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노사정 협약’에서도 이미 고용보험기금 지출 효율화와 기금 건전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보험료 인상과 별개로 모성보호사업 관련 지출의 일반회계 이관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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