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탐험 후 유전자검사 기업 창업…스팩 합병 통해 단숨에 억만장자로

입력 2021-07-04 18:24   수정 2021-07-12 16:02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붐이 또 한 명의 여성 억만장자를 탄생시켰다.”

개인 유전자 분석으로 유명한 미국 생명공학기업 23앤드미(23andMe)가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지난달 17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기사다. 23앤드미는 영국의 ‘괴짜 재벌’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스팩 ‘VG 애퀴지션 코프’와의 합병을 통해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이날 주가는 21% 올라 13.32달러에 장을 마쳤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23앤드미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앤 워치츠키(48)는 합병회사 주식 994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주가가 11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분 가치는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를 훌쩍 넘는다. 포브스는 “워치츠키는 스팩 합병을 통해 억만장자가 된 최초의 여성”이라고 평가했다.
‘뿌리 찾기’ 서비스 등 인기
2006년 설립된 23앤드미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키트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회사 이름 23앤드미의 숫자 23은 사람의 염색체(23쌍)를 의미한다. 염색체 안에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 종류와 배열에 따라 사람의 성격, 건강 등이 결정된다. 따라서 23쌍의 염색체는 ‘나(Me)’와 다름 없다. 회사 이름이 23앤드미인 이유다.

워치츠키 CEO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23앤드미는 고객들이 플라스틱 용기에 자신의 침을 뱉어 보내면 6~8주 뒤 유전자 분석 결과와 각종 건강정보 등을 전달해준다. 비용은 서비스에 따라 99~199달러 수준이다.

23앤드미의 유전자 검사는 미국에서 ‘뿌리 찾기’ 서비스로도 활용됐다. 수십 년 만에 가족을 찾는 사례가 나오며 23앤드미의 인기가 치솟는 계기가 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3앤드미의 검사 키트를 2008년 ‘올해의 발명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23앤드미는 2013년 위기를 맞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검사 키트 판매를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분석 결과를 의학적으로 검증받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워치츠키 CEO는 좌절하지 않았다. 의학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정보를 제외하고, 발병에 유전자 영향이 명확히 밝혀진 특정 유전병(블룸증후군)에 대해서만 FDA에 서비스 허가를 다시 신청했다.

결국 2015년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냈고, 의사 없이도 유전자를 검사하는 ‘소비자직접의뢰(DTC)’ 검사 시장이 처음 열렸다. 이후 FDA는 2017년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셀리악병 등 10개 질환의 위험도를 살펴보는 유전자 검사도 허용했다.
화려한 워치츠키 가족
워치츠키 CEO는 화려한 가족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첫째 언니는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CEO, 둘째 언니는 재닛 워치츠키 UC샌프란시스코 소아과 교수다. 어머니인 에스터 워치츠키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교육 전문가다. 워치츠키와 2015년 이혼한 전 남편은 구글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다.

워치츠키는 1973년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서 태어났다. 예일대 생물학과에 진학한 뒤 학교 아이스하키팀 선수로 뛰는 등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1996년 대학을 졸업한 뒤 여러 투자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해온 그에게 단순한 직장생활은 맞지 않았다.

워치츠키는 이후 시베리아, 몽골, 티베트, 네팔 등을 여행하고 돌아와 유전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유전자 분석용 칩 회사 어피메트릭스에서 근무하던 린다 어베이를 만나 23앤드미를 공동 창업했다.

전 남편 브린을 만난 것도 그때쯤이었다. 2007년 결혼한 워치츠키와 브린은 사업과 기부에서도 뜻을 함께했다. 2011년 자신들의 성을 따 설립한 브린워치츠키재단은 경영난에 빠진 위키피디아에 50만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하지만 둘은 2013년 브린이 불륜 관계를 맺은 정황이 포착된 뒤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2015년 갈라섰다.
“신약 개발이 미래 먹거리”
23앤드미는 스팩 합병을 통해 35억달러(약 4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매출은 감소하는 추세다. 2019 회계연도에 4억4100만달러였던 매출이 2020 회계연도엔 3억5500만달러로 30%가량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기 전인 작년 1월엔 전체 직원의 14%인 10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워치츠키 CEO는 당장의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00만 명 이상의 유전자를 분석하면서 쌓아온 데이터가 회사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고객 80% 이상은 자신의 데이터를 질병 발생 원인과 치료 연구에 사용하도록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23앤드미의 장기적 성공은 유전자 검사 회사에서 의약품 개발사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23앤드미는 신약 개발 등을 위해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스페인 제약사 알미럴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 앤 워치츠키는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출생
△1996년, 예일대 생물학과 졸업
△2004~2006년, 투자회사 패스포트캐피털 근무
△2006년, 23앤드미 창업
△2007년,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와 결혼
△2015년, 브린과 이혼
△2021년 2월, 23앤드미 스팩 합병 발표
△2021년 6월, 23앤드미 나스닥 상장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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