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HMM 몸집 줄인 뒤 단계적 지분 매각 추진

입력 2021-07-19 17:34   수정 2021-07-20 01:09

주가 급등으로 HMM(옛 현대상선)의 ‘몸값’이 치솟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 연내 경영권 매각을 통해 시세 차익과 성공적인 구조조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으나 시가총액이 18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지면서 유력한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산은은 단계적 지분 매각을 통해 HMM의 ‘몸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향후 회사를 인수할 전략적 투자자(SI)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경영권 매각도 인수 희망 기업과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HMM 매각은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록딜 통해 단계적 지분 매각
19일 채권단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산은이 보유한 영구채 전환사채(CB) 물량만 2조6000억원에 달한다. 산은은 이 물량을 시장에 단계적으로 분산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HMM은 자금 확보를 위해 2017년부터 3조원 넘는 CB를 발행했고, 산은이 이를 매입했다. 산은은 이 중 지난달 말 만기가 돌아온 3000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외에도 2조6000억원가량의 영구채가 남아 있다. 산은 관계자는 “영구채 물량이 향후 HMM을 인수할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제외한 물량을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그러나 자칫 영구채 매각이 지난달 CB 전환 결정과 같이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산은이 공식적으로는 영구채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방침을 강조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영구채 변수’를 정리하지 않는 한 HMM 매각 절차가 진행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산은은 HMM 인수 희망 기업과의 지분 매각은 블록딜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투자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인수 희망 기업이 연합해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도 채권단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다. 올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지주와 KDB인베스트먼트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HMM 매각에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은은 HMM 민영화를 위해 해양진흥공사와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한 지분도 일괄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 계획이다. 인수 기업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지분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산은은 지난달 말 CB 전환을 통해 HMM 지분율을 12.61%에서 24.96%까지 높였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진흥공사는 3.44%, 신용보증기금은 7.11%를 보유하고 있다. 세 기관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35.51%에 달한다.
HMM은 또 역대급 실적 예상
산은은 일부 기업과 HMM 매각을 놓고 물밑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내 매각은 쉽지 않다는 게 채권단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운 화물대란 여파로 HMM 몸값이 지나치게 올라 인수 후보 기업들의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종가 기준 4만3900원인 HMM 주가는 올초 대비 세 배가량 급등했다. 앞서 채권단은 2019년과 지난해 해운업 진출에 뜻이 있는 일부 기업을 대상으로 HMM 매각을 제안했다. 당시 해당 기업들은 제안을 거절하거나 매입을 주저했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HMM은 올 2분기에도 역대급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MM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는 연결 기준 1조600억원에 이른다. 올 1분기 1조193억원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2분기 올린 영업이익(1387억원)의 여덟 배에 달한다.

HMM은 2015년 1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2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가 글로벌 물동량 증가와 해상운임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대표적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선운임지수(SCFI)는 지난 16일 기준 4054.42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물동량 증가와 선복 부족 현상이 겹치면서 상승세는 3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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