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넓고 아파트 지을 곳도 많다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1-09-27 05:32   수정 2021-09-27 10:56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시내에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경쟁적으로 발표는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제대로 빠르게 추진되는 곳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정부에서 발표한 8·4 대책에서는 태릉CC부터 용산 캠프킴, 서울지방조달청,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서부면허시험장 및 공공기관 유휴부지 활용이외에도 LH 여의도부지 등에 2028년까지 수도권에 13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2·4 대책에서도 과감한 규제혁신과 개발이익 공유, 파격적 인센티브 등을 주고 수도권에 61만가구, 서울에서만 약 32만3000가구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으로만 9만3000가구, 역세권 개발로 7만8000가구, 준공업지역 개발로 6000가구, 저층주거지 고밀개발로 3만3000가구, 그리고 소규모 재개발을 통해 6만2000가구, 도시재생으로 8000가구, 비주택 리모델링을 통해 1만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리모델링과 신축매입 4만3000가구를 제외하면 28만가구가 신규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서울시에서도 2025년까지 재개발로만 13만가구, 재건축으로는 11만가구 등 총 24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습니다.

결국 정부와 서울시 계획이 모두 실현되면 서울시에는 52만가구 정도가 새로 공급됩니다. 그런데 최근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은 물론 민간재건축도 실제로 진행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2025년까지 52만가구가 실제로 공급이 된다면 공급과잉으로 서울의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일자리가 항상 뒷받침되기 때문에 아무리 공급한다고 해도 일부 거품이 심한 지역이외에는 크게 하락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반면 경기도에서 다시 서울로 이주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도 같습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때문에 서울 출퇴근 하시는 분들이 많이 매입을 했지만, 실제로 GTX가 다니기 시작하면 맨 마지막역을 제외하고 오히려 가까운 역세권은 GTX 이용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 도쿄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도쿄역 주변 마루노우치 지역의 도심 재개발 지역의 용적률을 2000%까지 올려주니까 개발이 활성화됐습니다. 반대로 도쿄으로 출퇴근 하던 직장인이 많았던 신도시 지역들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가 많은 신도시지역들은 이런 현상이 별로 없었습니다. 결국 GTX 노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자리가 많은 지역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곳들은 성남시나 고양시, 군포시 등 테크노밸리나 물류센터 등 첨단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곳들입니다. 그래서 서울에는 52만가구가 공급돼도 집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많지 않으므로 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왜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민간재건축, 공공기획 정비사업 등이 수많은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는데도 빠른 속도로 추진이 안될까요. 일단 사업성이 좋은 강남 재건축의 경우, 당장이라도 대규모 재건축이 가능은 하지만, 대부분의 이주수요가 8학군지역내로 다시 몰려 강남의 전세시장을 폭발시킬 수 있습니다. 정부나 서울시 모두 큰 부담을 가질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얼마전 강남구청장과의 면담에서 은마아파트, 잠실 5단지,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의 조합에서 일단 이주수요를 먼저 파악해 보시라고 권고하였네요. 즉, 8학군 지역내가 아닌 강북이나 다른 지역으로 분산만 된다면 조금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남지역의 공공재건축의 경우 인센티브를 높여주는 대신 공공임대로 기부채납을 하도록 했습니다. 별로 선호하지 않다보니 민간재건축을 더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공공임대로 기부채납을 받지말고, 압구정동 같은 경우는 올림픽대로의 지하화를 통한 직선구간 개발 등 다른 방법의 기부채납도 가능합니다. 그러면 압구정동 주민들은 한강공원을 바로 내려갈 수 있게 되고, 올림픽대로는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게 되니까 더 좋아질 것입니다.

강북지역의 경우도 인센티브로 높아지는 사업성 대신 분양가를 낮춰주어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여줄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어떨까요. '나는 분담금이 모자라서 재개발 반대' 하시는 분들이 많이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준공업지역의 경우도 경기도내로 이전할 지역을 정해놓고 서울시와 경기도가 같이 추진한다면 경기도에는 대규모 일자리가 만들어질 겁니다. 문래동과 같이 서울 요지내의 준공업지역은 전부 초고층 주거단지로 변신할 수 있게 됩니다.


얼마전 정부는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지구단위를 변경해서 비아파트 지어야 하는 자리에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도록 해주고 대신 높아진 사업성만큼 공공임대나 기타 기부채납을 받도록 해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실제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에 들어가면 바로 옆동네는 49층 초고층으로 개발이 끝났는데, 도시재생 지역은 높이를 10층이하로 묶어 놓아 사업이 안되는 지역들이 많습니다. 그냥 초고층 지을 수 있게 해주고 대신 그 추가수익으로 분양가를 낮춰주라고 권고를 합니다. 도시재생 뉴딜지역의 경우 대부분 사업성도 없는 상업시설이나 공공시설 위주로만 계획이 되니까요.

쉽게 말해 초고층 아파트를 넣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업무용지에 들어가는 주거용오피스텔은 전용률도 낮고, 관리비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도시형생활주택도 청년이나 서민들을 위해 공급한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분양가 규제를 안받아서 더 비싸졌습니다. 상업지역에 들어가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국토부가 숙박시설용도로만 한정을 했는데도 주거 대체용으로 경쟁률이 폭등하구요. 이같은 모든 비정상적인 현상은 바로 도시계획이 현실과 안맞는 것입니다.

정책을 조금만 현실성있도록 바꿔준다면 얼마든지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를 서울내에서도 공급해 줄 수 있습니다. 인센티브를 주고 환수하는 방법도 꼭 공공임대만 요구하지 말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측에서 서울시나 LH에 제시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더 많이 더 빨리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이 될 것입니다.

"재개발을 왜 많이 해야하느냐", "우리도 유럽처럼 도시재생으로 보존을 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유럽은 처음 건설할 때부터 제대로 된 도시계획으로 500년이 넘어도 리모델링만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건축물로 도시를 건설해 왔습니다. 서울은 한국전쟁 이후 모자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한다고 소위 말하는 집장사용 빌라들이 우후죽순 들어섰습니다. 아무리 도시재생을 한다고 해도 유럽처럼 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2030 청년세대들은 단지형 아파트를 더 선호하는 것이고요.

일부 건축가가 설계한 빌라도 있기는 하지만 아직 보급이 거의 안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통해 100년 이상가는 1등급 장수명 주택위주로 건설을 해야만 우리도 선진형 주거문화가 정착이 될 것입니다. 서울에는 위 조건만 준다면 재개발, 재건축하겠다는 지역이 엄청나게 많을 것입니다. 아파트를 공급할 곳이 없는게 아니고,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건이 안맞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전면 재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국토부장관이 해야할 일이 아닐까요.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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