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0년 기업경영 분석’을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100% 미만인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40.9%로 집계됐다. 2019년보다 4.3%포인트 상승한 것은 물론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갚는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는 국세청에 법인세를 신고한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79만9399개를 대상으로 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7년 32.3%, 2018년 35.2%, 2019년 36.6%로 해마다 늘고 있다.
기업 재무구조가 나빠졌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지난해 말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율(총차입금을 총자본으로 나눈 값)은 각각 118.3%, 30.4%를 기록했다. 2019년 말보다 2.6%포인트, 0.9%포인트 올랐다. 부실기업이 불어난 것은 지난해 벌이가 시원찮았던 것과 맞물린다. 지난해 기업 매출은 2019년과 비교해 1.0% 줄었다.
기업 매출이 감소한 것은 통계를 작성한 이후 작년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숙박·음식점업체 실적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 호텔과 식음료업체로 구성된 숙박·음식점업체의 지난해 매출은 2019년보다 16.07% 감소했다. 사업 외형(매출)이 줄어든 것은 물론 손실도 깊었다. 숙박·음식점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97%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 매출을 올리면 59원70전 손실을 봤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이들 업체 실적이 크게 훼손됐다.
정유업체를 비롯한 석유정제업과 석유화학업체 매출도 지난해 각각 34.1%, 8.0% 줄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내려간 결과다.
한은이 올해 초 발표한 ‘우리나라의 생산성 둔화 요인과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좀비기업 노동생산성이 일반 기업의 48%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좀비기업 비중이 2010~2018년에 늘지 않았다면 일반 기업의 노동생산성은 1.01%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투명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조속히 퇴출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 번 좀비기업으로 전락한 기업들 상당수가 ‘부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도 이 같은 구조조정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은 이달 발표한 ‘기업 재무상태 전환의 주요 특징: 한계기업의 회생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돈 좀비기업 가운데 정상기업(5~10년 동안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웃돈 기업)으로 전환한 곳은 전체의 15.0~36.3%에 불과했다고 분석했다. 뒤집어 보면 좀비기업의 62.7~85.0%가 부실을 털어내지 못했다는 의미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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