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늦깎이 검사서 대선후보 '우뚝'…추미애가 쏘아올린 공

입력 2021-11-05 16:36   수정 2021-11-05 16:37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총장 사퇴 8개월, 정치입문 4개월여 만에 제1야당 국민의힘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유력 경쟁 주자 홍준표 의원이 26년 경력의 노련한 '정치 프로'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지론과 함께 정치권 스타덤으로 올라선 윤석열 후보의 발자취를 들여다보자.

윤 후보는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윤 후보의 아버지는 윤기중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어머니는 최정자 전 이화여대 교수다. 윤 후보는 1979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 1991년 9수 끝에 사법고시를 통과했다. 1994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35살 늦깎이 초임 검사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2013년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윤 후보는 기밀 누설 우려가 있다며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다 임무에서 배제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선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결국 징계를 받은 윤 후보는 지방으로 좌천됐다.

좌천된 윤 후보를 향한 검찰청 소속 인사의 목격담은 후에 이슈가 됐다.

익명 게시판에는 "(윤 후보가) 좌천됐을 때 대구랑 대전에서 저녁에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 먹고 야근하던 모습에 직원들이 반했다"면서 "정권에 찍혀서 좌천됐을 때 일반 형사사건 붙들고 혼자 밤새가면서 일하던 모습을 봤다는 증언이 계속 나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이 당시에 대구고검에서 행사 사진 올린 거 보면 윤 총장 진짜 불쌍하다"면서 "그러면서 행사는 또 다 참석해서 지역 탐방 이런 사진을 봐도 다 저 뒤 멀리 간부들과 떨어져 혼자 서 있었다. 나 같으면 행사에 안 나갔을 것이다"라고 회상했다.




윤 후보는 2013년 10월 국가정보원 정치·대선개입 수사팀장 시절 정직 1개월을 받았으며 2014년부터 3년 가까이 지방을 떠돌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돼 수사 일선에 복귀했다.

2017년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윤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 인사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금의환향' 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이른바 '다스(DAS) 의혹' 수사에도 박차를 가한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수사의 공을 인정받아 2019년 7월 25일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반(反)문재인 노선'을 탔다.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추-윤 갈등'을 빚은 윤 후보는 사상 초유의 직무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윤 후보를 현재 대선후보 위치로까지 끌어올린 데는 추 전 장관의 역할이 8할 이상이다.

쉴 새 없는 '윤석열 흔들기'로 그의 몸값을 오히려 올렸다는 평가다.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배제와 징계를 내리는 과정에서 맷집을 키워줬다는 것.

추 전 장관은 자신을 향한 이런 프레임에 "제1야당에 변변한 대권후보 하나 없어서 윤석열 지지율만 올라가는 걸 누군가의 탓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얘기하는 거 아닌가 싶다"면서 "저만큼 윤 총장을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제가 꿩 잡는 매다, 그가 본선 무대를 끝까지 뛸 수 있을까, 너무 빨리 내려가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추 전 장관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할 말은 한다'는 이미지를 쌓아 야권 지지율 1위로 급부상했다. 이윽고 지난 3월 4일 대검찰청 청사에서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검찰총장직을 사퇴, 지난 6월 29일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윤 후보는 '정치 신인'답게 정제되지 못한 언사로 잇따라 구설에 올랐지만 출마 이후 꾸준히 지지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프리카 노동', '주 120시간', '불량식품', '개 사과', '전두환 옹호' 등 수많은 논란이 그를 둘러쌌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결국 윤 후보를 이재명에 맞설 당내 대선후보로 선택했다.

윤 후보는 5일 대선후보 선출 직후 "이번 대선은 상식의 윤석열과 비상식의 이재명과 싸움이다.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라며 "반드시 정권교체 해내겠다. 분열과 분노의 정치, 부패와 약탈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추 전 장관도 언급했다.



윤 후보는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국민에게만 충성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다"면서 "저의 경선 승리를 이 정권은 매우 두려워하고, 뼈아파할 것이다. 조국의 위선, 추미애의 오만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정치공작도 저 윤석열을 무너뜨릴 수 없다"면서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법치 유린이 계속되고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 민주당의 일탈은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내년 3월 9일을 여러분이 알고 있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미나/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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