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갖고 싶은…'럭셔리 브랜드'는 암호화폐에도 있다 [한경 코알라]

입력 2021-12-30 09:37   수정 2021-12-30 09:38


▶12월 30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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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줄을 서야 살 수 있는 가방
얼마 전 친한 후배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다. 신랑이 학교 동창이라 하객들도 대부분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원래 오래 알고 지낸 학교 동창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으레 그렇듯 지금 어디에 살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등 근황을 공유하며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자연스레 친구들이 입고 온 근사한 맞춤 정장과 구두, 차 키 등에 시선이 갔다. 이 친구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본격적으로 한눈에 알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여사친들의 경우 단연 손에 든 형형색색의 명품 가방이 그 주인공이다.

필자는 평소 명품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주식 투자를 하다 보니 몇몇 유명한 명품 브랜드 정도는 알고 있다. 남자의 경우 주로 시계와 지갑, 여자의 경우 핸드백과 구두, 그리고 보석 카테고리에서 특히 명품 소비가 많은 편이다.
마침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여사친 하나가 큼지막한 샤넬 가방을 들고 왔길래 얼마인지 물었다. 가격은 1000만 원 수준인데, 새벽 다섯 시부터 백화점 문이 열리는 오전 10시까지 간이 의자에 텐트까지 동원해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겨우겨우 샀다고 한다.

명품을 향한 공격적인 소비 트렌드는 꼭 국내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풀어댄 천문학적 규모의 유동성 덕분에 이제 전 세계 어딜 가든 비싼 것이 더 잘 팔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비싸고 희소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이라면 요즘 사람들은 줄을 서서라도 사고 싶어 한다.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들
테슬라는 전기차를 만들어 파는 회사지만 동시에 꿈을 파는 회사이기도 하다. 일론 머스크라는 걸출한 천재 창업자의 존재감과 함께 이 회사는 이름만 들어도 미래, 우주, 기술, 꿈이 그려지는 고유의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이미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출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가총액이 테슬라 근처도 못 따라오는 이유는 바로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현저하게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연초 대비 50% 상승했다.

애플의 아이폰은 스펙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의 갤럭시보다 못하다. 그런데도 아이폰은 리셀 시장도 규모 있게 형성되어있고 중고폰 가격도 높이 쳐준다. 얼마 전에는 막 공장에서 출고된 애플 아이폰 수만 개를 운반하던 트럭이 강도들에게 탈취되는 일도 있었다. 애플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만드는 정보기술(IT) 기업이지만 기술력이 아닌 전 세계에 팬덤을 보유한 브랜드 덕분에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연초 대비 40% 올랐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아이스 아메리카노 작은 사이즈를 4100원에 판매한다. 요즘 동네 카페에 가면 1500원에도 커다란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비싸다. 그런데도 스타벅스는 전 세계 어느 매장에 가도 손님이 많다. 연세대 모종린 교수님의 저서 ‘골목길 자본론’에는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를 ‘처음 가보는 낯선 골목에서 길을 잃더라도 스타벅스 간판만 보이면 괜히 안심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스타벅스 주가는 연초 대비 10% 올랐다.

반클리프 아펠은 보석 브랜드 중에서도 수천만~수억 원대 이르는 고가의 하이엔드 주얼리로 유명하며 1956년 모나코 대공 레니에 3세가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을 기념해 보석을 의뢰한 곳이다. 요즘 강남 사모님들은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 가방이 흔한 잡화로 대중화되면서 명품 소비를 주얼리와 시계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고 한다. 이 브랜드를 소유한 스위스의 리치몬트그룹 주가는 연초 대비 무려 73%나 올랐다.
디지털 자산으로 번진 브랜드 열풍
이제 올해 들어 NFT(대체불가능토큰) 미술품 시장이 왜 이렇게 뜨겁게 달아올랐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NFT라고 하는 간단한 기술은 그저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그림이나 사진에 소유권을 부여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덕분에 원래 굉장히 국지적인 데다가 일부 미술품 애호가들만 관심을 두던 미술품 시장이 인터넷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덤을 거느린 유명 NFT 브랜드가 생겨날 수 있었다.

BAYC(Bored Ape Yacht Club)이나 크립토 펑크(Crypto Punk) 등 유명 NFT 프로젝트의 그림들이 10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는 그림 자체가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을 만큼 유명한 장인에 의해 그려져서도 아니고 NFT 기술 자체가 엄청난 경제적 효용 가치를 불러일으킬 만큼 혁신적인 기술이어서도 아니다.

이들은 NFT 미술품의 시조와 같다. 만약 NFT가 나중에 교과서에 실릴만한 큰 미술사적 흐름이 된다면, NFT를 있게 한 NFT의 시조인 이들의 가치는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피카소가 입체주의의 문을 열었는데 입체주의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흐름이 되었고, 입체주의 하면 피카소가 떠오르기 때문에 피카소의 그림의 가격이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비트코인은 어떨까? 올 한 해 동안 비트코인 가격은 83% 상승했다. 그 원인에 테슬라 결제 도입, 엘살바도르 법정통화 채택,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등 다양한 사건들이 이바지를 했겠지만, 필자는 역시 브랜드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상용화에 성공한 최초의 암호화폐이자 창시자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독특한 역사를 가진 비트코인의 브랜드는 누가 일부러 모방하려고 해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가치가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면 될수록 비트코인이 구축해 놓은 수준 높은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2022년, 브랜드를 활용한 바벨전략
올 한해 코인 시장의 메타는 디파이(탈중앙화금융), NFT,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P2E(Play to Earn), 웹 3 등이 이끌었다. 벌써 2022년 새해가 코앞이지만 코로나는 여전히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 되는 중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P2E, 웹 3 관련 코인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망해 보이며, 높은 기술력으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빠르게 치고나가는 프로젝트들을 선별하는것이 중요해 보인다.

반면 한편으로는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조짐, 그리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심화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무조건 기술주나 웹 3 관련 코인들에 몰빵식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이 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 어중간한 주식과 단기 채권 말고 양극단으로 한쪽에는 리스크도 높고 수익률도 높은 성장 주식, 다른 한쪽에는 리스크는 낮지만, 안정적인 장기 채권이나 배당주 등에 투자하여 시장 변동성 리스크를 헤지하고 투자 수익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전략을 말한다.

만약 내년에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알트코인들에 계속 투자할 계획이라면, 포트폴리오 일부에는 높은 브랜드 파워로 인해 거시경제적 문제가 발생해도 수요가 잘 흔들리지 않을 코인을 담아놓는 것이 어떨까?

물론 어떤 코인이 훌륭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지는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긴 하다. 필자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코인 시장에도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애플과 기술력을 무기로 성장하는 아마존이 모두 생겨날 것이라는 점이다. 미술품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브랜드 가치가 빠르게 구축되는 NFT 시장도 투자처로서 빼놓을 수 없다.

다가오는 2022년에는 사람들이 비싸도 줄을 서서 사는 브랜드의 가치에 주목해 보자. 혹시나 예상치 못한 대내외적 변수가 발생해도 남들보다 편안한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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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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