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인식·판단하는 AI반도체…"성능 10년내 1000배 높인다"

입력 2021-12-31 16:19   수정 2022-01-03 10:38


미국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240㎞를 달려 도착한 뉴욕주 주도 올버니의 나노테크 연구단지 한복판에 IBM 리서치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엔 대당 1억달러가 넘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있다. 미국이 독점 생산국인 네덜란드에 수출 금지를 요청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무력화시킨 바로 그 장비다.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 IBM이 오로지 최고의 인공지능(AI)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해 EUV를 설치한 것이다. 무케시 카레 IBM리서치 부사장(사진)은 “2029년까지 AI 컴퓨팅 효율성을 1000배 증가시키기 위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수요 급증”
AI반도체는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다.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폰노이만 방식의 기존 반도체와 달리 AI반도체는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병렬 처리한다. 빠른 시간 내 복잡한 상황 인식과 판단 등에 최적화된 반도체다. 모바일, 가전 등을 넘어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인 디지털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 부품이다. 반도체 기업부터 IBM을 비롯해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비(非)반도체 글로벌 기업까지 AI반도체 기술 경쟁에 뛰어든 이유다.

IBM은 인간의 뇌신경 구조와 기능을 모방해 만든 뉴로모픽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꼽힌다. 올바니연구소에선 수백 명의 연구원이 IBM 핵심 제품인 메인프레임 서버, AI 플랫폼 등에 활용할 AI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용 초대형 팹(fab: 반도체 제조시설)만 다섯 개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유한 뉴로모픽 반도체로 불리는 ‘트루노스(TrueNorth)’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ASML, 도쿄일렉트론, 어플라이드머터리얼스 등 세계적 장비회사도 이곳에서 IBM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 공장이 아닌 연구소 수준에서는 가장 큰 팹이라는 것이 IBM의 설명이다.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넘었다”
속도가 더 빠르고 전력소모가 적은 반도체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카레 부사장은 “AI가 떠맡아야 할 많은 일을 고려하면 반도체 성능은 3.5개월마다 두 배씩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IBM과 삼성전자는 수직 트랜지스터 아키텍처를 활용한 신규 반도체 디자인(VTFET)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VTFET는 ‘고성능·저전력’이 필요한 AI 반도체 제조에 최적화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폐기 위기에 처한 ‘무어의 법칙’이 AI의 시대를 맞아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 카레 부사장의 설명이다.

IBM과 삼성전자가 올버니연구소에서 공동개발에 성공한 VTFET는 3D 낸드처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는 기술이다. 주택을 짓다가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처럼 집적도를 높일 수 있다. VTFET 기술 개발로 앞으로 10년 이상 반도체 공정 미세화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게 카레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 기술로 만든 칩을 스마트폰에 작용하면 1주일간 충전 없이 쓸 수 있다. 또 전력 소비량이 낮아야 하는 사물인터넷(IoT)이나 해양부표, 자율주행차, 우주선 개발 등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
AI반도체 시장 10년 10배 성장
카레 부사장은 “지금은 반도체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했다.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업계를 일부 회사가 지배했지만 IBM을 비롯해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이 맞춤형 AI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면서 활기가 넘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184억5000만달러였던 세계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 117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AI반도체는 성장 초기 단계로 지배적 사업자는 아직까지 없다. 인텔, AMD 등 반도체 기업과 IBM, 구글,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이 경쟁하는 구도다. 샤오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도 AI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견제에 밀리지 않기 위한 경쟁력을 쌓고 있는 중이다.

카레 부사장은 “IBM은 개발로드맵을 만들고 10년 동안 성능을 1000배 높이는 목표를 정했다”며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파트너사와 함께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경쟁업체들과도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뉴욕=김현석 특파원/강경민 기자

■ 특별취재팀

이건호 편집국 부국장(취재팀장) 김현석 뉴욕·황정수 실리콘밸리 특파원 박동휘 생활경제부 차장, 강경민 산업부 임현우 금융부, 이지훈 경제부 박재원 증권부, 구민기 IT과학부 김리안 국제부, 차준호 마켓인사이트부 정지은·최한종 지식사회부 기자

한경-서울대 공대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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