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혁신 10년…온라인팜 '약사들의 동반자' 되다

입력 2022-01-26 15:19   수정 2022-01-26 15:20


온라인팜을 아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 회사를 모르는 약사 또한 거의 없다. 2만4000개에 달하는 전국 약국의 86%(2만550개)가 의약품을 주문할 때 이 회사를 이용하고 있어서다.

‘의약품 유통업계의 카카오’로 불리는 온라인팜이 문을 연 시점은 2012년. ‘국내 1호 온·오프라인 통합 의약품 유통기업’으로 세상에 태어난 지 딱 10년 만에 시장을 선도하는 강자가 됐다. 약국 운영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온라인으로 쉽게 쇼핑할 수 있는 매력에 빠진 약사들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에 출범 첫해 65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600억원으로 13배나 불었다.

그저 ‘덩치’만 키운 건 아니다. 200여 명의 영업사원이 2만여 개 회원 약국을 다니면서 약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등 서비스의 질도 매년 개선됐다. “온라인팜의 빠른 성장 비결은 기존 회사에선 찾아보기 힘들던 ‘소프트파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팜의 목표는 단순한 의약품 유통을 넘어 약사들의 ‘약국 경영 파트너’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약국 전용 키오스크 사업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약국 전용 화장품 개발·판매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내 첫 온·오프라인 통합 의약품몰
온라인팜의 전신은 한미약품 약국사업부다. 한미약품이 약국사업부를 떼어내 별도 회사로 독립시킨 이유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이 나온다. 각각의 환자에게 어떤 의약품을 쓸지를 정하는 권한이 ‘의사 몫’이 되면서 약사의 힘은 쑥 빠졌다. 약사들에게 “우리 약을 써달라”고 영업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제약사 약국영업팀의 ‘일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만큼 의약분업 이후 대다수 국내 제약사가 약국영업 부서를 축소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한미약품을 창업한 고(故) 임성기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약국사업부를 축소하는 대신 “한미 제품뿐 아니라 다른 회사 약도 다루는 의약품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 변신해보자”고 주문한 것. 대우전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설립된 하이마트가 국내외 모든 가전회사 제품을 다루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뒤 ‘퀀텀점프’한 걸 벤치마킹한 것이었다.

한미약품그룹은 그렇게 2012년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자회사로 온라인팜을 설립했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오랜 기간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을 주도해온 지역 거점 도매업체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팜은 제약사들로부터 의약품을 직접 매입한 뒤 유통하는 기존 도매업체와 달리 온라인 플랫폼이란 새로운 모델에 매달렸다. 국내 최대 온라인 의약품 구매 플랫폼 중 하나인 HMP몰은 이렇게 태어났다. HMP몰에는 한미약품이 제조한 의약품 외에 171개 도매업체가 입점해 있다. 판매제품은 17만 개에 이른다. 입점 업체와 취급 품목 수 모두 국내 온라인 의약품 거래 플랫폼 중 가장 많다. 회원 약국 수(2만550개) 역시 1위다.
○경쟁력의 핵심은 ‘200명 영업사원’
온라인팜이 짧은 시간 안에 의약품 유통업계의 강자로 도약한 데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RFID(전자태그)를 부착해 의약품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이런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였다.

온라인팜은 약국마다 보유하고 있는 의약품 재고와 주문, 유효기간 관리 등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도록 업계 최초로 RFID 기반 물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 덕분에 온라인팜과 거래하는 약국은 주문한 다음날 의약품을 받는 등 다른 곳보다 빠른 배송을 약속받았다. RFID 시스템 덕분에 각 약국의 의약품 보유량도 실시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포장을 뜯은 낱알 약도 100% 반품 처리해주는 획기적인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었던 이유다.

200여 명의 영업사원은 이런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현하는 창구 역할을 맡았다. 이들의 주요 임무는 약사들이 겪는 각종 애로사항을 듣고 해법을 찾아주는 것. HMP몰에서 약을 주문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약사를 위해 주문대행 서비스를 해주는 식이었다. 약국별로 필요한 맞춤형 컨설팅도 해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약사가 온라인팜의 팬이 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온라인팜 관계자는 “200여 명의 영업사원이 약국들과 탄탄한 유대관계를 맺은 덕분에 제약 전문매체 등이 진행한 약국 대상 신뢰도 설문조사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키오스크 등 신사업 진출
온라인팜은 의약품 유통에 안주하지 않고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사업 확장의 출발점은 JVM이 제작한 의약품 자동조제기를 약국에 판매하는 것이었다. 온라인팜은 2016년 한미사이언스 자회사로 편입된 JVM의 국내 영업을 맡아 이 제품의 국내 약국 점유율을 86%로 끌어올렸다.

두 번째 신사업은 2019년 시작한 약국 전용 맞춤형 무인 처방접수·결제 장비인 온키오스크 임대·관리 사업이다. 온라인팜의 약국 관련 노하우와 SK브로드밴드의 정보기술력을 더한 제품이다. 온키오스크는 △모든 형태의 처방전을 읽은 뒤 △처방 내용을 의약품 자동조제기로 전송해 조제하고 △카드, 현금, 삼성페이 등으로 수납할 수 있는 기기다. 이 기기를 들여놓으면 약사가 해야 할 가욋일이 대폭 줄어드는 만큼 본연의 업무인 복약 지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약국 전용 화장품 사업도 확대한다. 주인공은 온라인팜과 한미약품이 협력해 개발한 프로-캄. ‘프로바이오틱스로 피부를 진정시킨다(calm)’는 의미가 담긴 프로-캄은 1987년부터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해온 한미약품의 기술력이 담겼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는 “기존 사업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신사업을 확대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길 계획”이라며 “5% 안팎인 의약품 유통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오상헌/한재영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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