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1등, 백화점선 '퇴출 굴욕'

입력 2022-01-26 18:11   수정 2022-01-27 01:50

무신사 1등 브랜드로 꼽히던 커버낫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매출 부진으로 퇴출됐다. 온라인으로 연매출 300억원대를 올리는 등 ‘1세대 무신사 키즈’가 백화점에서 밀려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영패션 전문관인 유플렉스를 2030세대를 겨냥한 공간으로 재단장하면서 퇴출시킨 20개 브랜드 가운데 커버낫이 포함됐다. 2019년 입점 이후 3년 만이다. 커버낫은 윤형석 배럴즈 대표가 2008년 선보인 브랜드다. 영국과 일본을 다니며 옷 수입과 학업을 병행하던 윤 대표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며 선보인 커버낫은 무신사를 발판 삼아 ‘전국구’로 성장했다.

2009년 패션 e커머스사업을 시작한 조만호 무신사 창업자는 커버낫 등 10여 개 스트리트패션 브랜드를 독점 입점시켜 공생 관계를 구축했다. 백화점의 ‘늙은’ 영패션에 불만을 갖던 MZ세대들은 커버낫 같은 무신사의 간판 브랜드에 열광했다.

‘무신사 1등’이라는 보증수표 덕분에 커버낫은 2018년 신세계 강남점을 시작으로 백화점에도 줄줄이 입점했다. 롯데백화점에도 본점 영플라자 등 일곱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판교점에서만 낙제 점수를 받았을 뿐 중동점에선 여전히 인기 매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커버낫은 왜 유독 판교에서만 실패를 맛본 것일까. 해답은 “판교점은 더현대서울 다음으로 전국 현대백화점 매장 중 트렌드가 가장 빨리 변하는 점포”라는 현대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워낙 소비자 취향이 빠르게 변하는 곳이다 보니 ‘무신사 1등’이니 ‘1세대 스트리트패션’이라는 간판이 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대백화점은 커버낫의 빈자리에 원더월, 아이코닉 같은 새로운 MZ세대 패션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판교점에서 커버낫이 MLB 매장 바로 옆에 있었다는 점도 매출이 저조했던 원인으로 꼽힌다. MLB는 김창수 F&F 회장이 약 10년간 공을 들인 끝에 대박을 터뜨린 라이선스 브랜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보통 백화점에서 매장에 옷을 진열하려면 시즌마다 적어도 300여 개의 스타일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며 “온라인에서 활동하던 브랜드들은 재고 관리와 디자인 다양성 측면에서 MLB 같은 브랜드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화점마다 MZ세대를 겨냥해 디자이너 브랜드를 앞다퉈 입점시키려 하면서 커버낫과 같은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패션 대기업 관계자는 “브랜드가 연매출 1000억원대를 넘으려면 백화점 등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준비되지 않은 채 섣불리 백화점에 도전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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