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교체수요 끝난데다 지갑도 빠듯해져…누가 냉장고 사겠어요"

입력 2022-06-22 17:35   수정 2022-06-30 19:16

“물가 급등으로 생활비도 빠듯한데 수백만원짜리 가전제품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사겠습니까.”

22일 만난 한 가전업체 임원은 이같이 토로했다. 국내외 매출 급감으로 여러 차례 회의를 소집했지만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한 판매 전략도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 소비로 급증했던 교체 수요가 이제 끝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다. 올해 10% 안팎 임금을 올리면서 인건비 부담도 커진 상태여서 가전·반도체 업체에 대한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판매 부진 이중고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위니아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전 세계 소비 부진에 따른 실적 감소로 컨틴전시 플랜 마련에 나섰다. 올 2분기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중남미 국가에선 매출이 10% 안팎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상황은 더 심각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각종 원자재 및 유가가 급등하면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지역은 매출 감소 폭이 30%에 이른다”고 말했다.

국내 사정도 만만치 않다.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오프라인 가전 양판점의 고가 가전제품 판매가 부진하다. 지난 5월까지 전자랜드 TV 판매량은 10% 이상 줄었고 냉장고는 한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동안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전제품을 교체한 소비자가 많은 데다 인플레이션까지 겹쳐 소비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대형가전의 소비 주기가 약 10년으로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 심리가 쉽사리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가 너무 오르다 보니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며 “실질소득까지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가전 제품 판매 부진은 이미 지난 1분기 양판점 실적에 나타났다. 롯데하이마트의 올 1분기 매출은 84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이는 82억원 영업이익 손실로 이어졌다.
소비 부진, 반도체까지 영향
가전을 중심으로 한 전자·정보기술(IT) 기기 부문 수요 부진은 반도체 업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평균 3~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는 같은 기간 0~5%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되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규진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PC와 모바일 등 IT 완제품의 부진이 예상된다”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거래처인 전자·부품 업체들은 수요 위축을 예상하고 제품 생산량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리서치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을 13억5700만 대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3500만 대 줄어든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도 이달 들어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제품 판매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5월 말 63조5904억원에서 지난 21일 62조2077억원으로 꺾였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4조7901억원에서 4조7507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박신영/박의명/이미경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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