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사업 격돌·소재는 절대의존…'30년 對中흑자' 이제 흑역사 쓸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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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18 17:26   수정 2022-08-19 01:55

주력사업 격돌·소재는 절대의존…'30년 對中흑자' 이제 흑역사 쓸 판

한·중 수교 후 30년간 흑자 기조를 이어온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코로나19 도시 봉쇄 등 일시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배터리·양자컴퓨터 등 일부 첨단산업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서가고 있다. 한국의 대중 무역이 적자 구조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주요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수평적 경쟁이 현실화된 만큼 구조적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중 의존도 커지는 핵심 원자재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5월 -10억9000만달러, 6월 -12억1000만달러에 이어 7월 -5억7000만달러였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직후인 1992년 8∼10월 적자를 낸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달 들어서도 적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전환의 1차적 요인으로 중국의 도시 봉쇄, 원자재값 상승, 소비 위축에 따른 중간재 주문 축소 등 단기적 요인이 크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공급망 위기 속에 나타난 무역수지 악화는 한국의 중국 의존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이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비철금속 수입이 올 상반기 기준 127억3000만달러(약 16조6495억원)를 기록했다. 2020년 상반기 수입액 65억2000만달러(약 8조5301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중국은 광물 보유량이 많고, 전 세계 ‘가공 공장’ 역할도 하고 있어 한국은 핵심 원자재 구입을 위해 중국에 손을 벌려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가격협상 측면에서도 불리하다”며 “핵심 소재 수입 공급망의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절대우위였던 자동차도 위태
더 큰 문제는 대중 무역적자가 구조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제조업은 지난 30년간 중국과 수직적 산업 협력의 과실을 누렸다. 하지만 이제 수평적 경쟁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게 산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올 상반기 기준 80% 이상이 중간재인데 중국은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하고 한국이 만드는 모든 제품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한국으로부터의 수입 감소와 한국 기업과의 경쟁 증가를 야기한다.

절대적 경쟁우위에 있던 자동차 부문도 적자 구조화하는 움직임이다. 무협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분야는 2011년 무역수지 흑자가 23억1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적자로 전환돼 매년 적자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올해 7월까지 중국에서의 한국 신차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7%가량 감소하는 등 수출은 줄고,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가전 등 한국의 주력 품목에서 중국의 추격도 거세다. 중국은 작년 기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은 저가 공세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추월했다. 한국과의 무역수지도 상반기 기준 지난해 17억4000만달러에서 올해 8억3000만달러로 크게 줄었다.
○첨단산업 공세 강화하는 중국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는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 CATL은 세계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3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합계를 크게 웃돈다. 이뿐만 아니라 배터리 전 단계인 소재부터 부품별 생산업체의 양과 질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상훈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은 독보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미국의 공세에도 공급망 경쟁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래 산업을 이끌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반 컴퓨터로 수만 년이 걸리는 연산을 수십 초 만에 해내는 양자컴퓨터가 대표적인 분야다. 중국은 이미 양자컴퓨터에 2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고 공언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구글의 양자컴퓨터보다 100만 배 이상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쭈충즈(祖沖之) 2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의 양자컴퓨터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 위기론 속에서도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이 치밀한 전략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탈중국은 요원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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