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을 위해 비행기를 타다

입력 2022-10-06 18:05   수정 2022-10-07 02:17


낯선 도시에 도착한 어느 날을 떠올려보자.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카페다.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주말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즐겨 마시는 커피들을 세심하게 관찰하면 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를 빠르게 마시고 나가는 사람이 많다면 그만큼 바쁘고 역동적인 도시일 테다.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다면 시간에 쫓기지 않는 예술가나 학생들이 많은 장소일 수 있다. 만약 달콤하고 시원한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눈에 띈다면? 아마도 스트레스가 많은 동네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커피엔 도시의 얼굴이 담긴다.

커피는 이제 한발 더 나아가 일종의 ‘패션 코드’다. 기호와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가 됐다. 어떤 지역의 어떤 품종의 커피를 즐겨 마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나만의 단골 카페가 있는 사람은 어쩌면 자기만의 섬세하고 뚜렷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과도 뜻이 통한다. 그런 점에서 그날그날 마시는 커피는 나를 담아내는 성실한 기록이다. 그렇게 커피엔 우리의 하루가 담긴다.

커피 한 잔을 두고 나누는 대화도 그렇다. 좀처럼 꺼내기 어려웠던 말도, 마음속에 갇혀 있던 단어들도 커피를 앞에 두곤 상대와의 장벽을 어느 정도 허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일 때도 많다. 잠시 느슨해졌던 몸과 마음을 깨우는 커피는 그렇게 전 세계 100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산업으로 자라났다. 그렇게 커피엔 세상의 이야기가 담긴다.

멋진 카페를 찾아다니는 여정은 그렇게 시작된다. 많은 사람이 커피를 단순한 ‘마실 것’ 이상으로 생각하고, 더 많은 사람이 카페를 ‘마시는 곳’ 이상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우리는 오늘도 카페 한 곳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낯선 도시의 카페거리를 찾아 그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문다. 이번 호에는 단지 커피만을 위해 떠나봐도 좋을 세 도시를 담았다.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커피 여행자 이야기다.

멀리 갈 수 없다면 이번 주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커피문화 축제 ‘2022 청춘, 커피 페스티벌’을 찾아보자. 올해 여섯 번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다시 꿈을 꾸다’를 주제로 커피 한 잔과 함께 공연과 야외 영화 상영회, 토크쇼 등이 열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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