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이후…굶주린 농민들은 양귀비 길러 팔았다

입력 2023-01-27 14:13   수정 2023-01-27 14:14



미얀마의 아편 생산량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작년 벌어진 군부 쿠데타 이후 굶주림에 내몰린 농민들이 양귀비 재배에 다시 의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영국 BBC,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22년 미얀마 아편 실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미얀마가 생산한 아편 규모가 795톤(t)에 달한다고 전했다. 전년도 생산량(423t)의 거의 두 배이자, 2013년 870t을 생산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미얀마는 지난 10년간 대체곡물 확대, 경제기회 개선, 마약근절 노력 등을 통해 2014~2020년 양귀비 재배가 꾸준히 감소했다. 양귀비는 아편이나 헤로인의 주원료다. 유엔은 아편 가격이 상승하고 미얀마 경제적 어려움이 맞물린 결과 농민들이 양귀비 재배에 뛰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지속적인 정치적 불안정, 우크라이나 전쟁, 치솟은 인플레이션 등 나라 안팎으로 강한 충격에 직면한 미얀마의 경제 상황이 가난한 농부들이 양귀비 재배를 택하게 된 유인책이 됐다는 것이다.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곳곳에서 유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이 내전에 휩싸였다. 제레미 더글러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아시아태평양 지역국장은 “쿠데타 이후 경제·안보·통치 혼란이 가중됐다”며 “무력 충돌이 잦고 지리적으로 외진 북부 샨주 등 국경지대에 있는 농민들은 아편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미얀마·태국·라오스 국경이 만나는 이 지역은 소위 ‘골든 트라이앵글(황금 삼각주)’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역사적으로 아편과 헤로인의 주요 생산지다.

생계가 어려워진 미얀마 농민들이 양귀비 재배를 늘리면서 재배 면적은 33% 증가한 4만100핵타르(ha)에 달했다. 생산성도 향상돼 2002년 조사한 이후 최고치다. 아편 농가 소득 역시 ㎏당 280달러로 늘었다. 아편은 헤로인·모르핀·코데인과 같은 많은 마약의 핵심 원료로 쓰여 전세계 마약시장에서 수요가 상당하다. 또한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아편 재배를 금지해 아편 가격이 상승했다.

베네딕트 호프만 유엔마약범죄사무소 미얀마사무소장은 “아편 재배는 결국 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며 “경제적 안정과 대안이 없다면 미얀마의 아편 재배와 생산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말했다.

한편 미얀마는 아프가니스탄에 이어 세계 2위 아편 생산국이다. 전세계서 팔리는 헤로인 대부분이 두 나라에서 나온다. 미얀마의 아편 경제는 규모는 연 최대 20억달러(약 2조4600억원), 헤로인 유통으로 인한 이익 규모는 약 100억달러로 추정된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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