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용접공 된 문화재 연구원…로봇 개발자 된 고졸자

입력 2023-02-08 18:43   수정 2023-02-09 00:40


김민선 씨(26)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화장품 소재 연구원으로 일하다 유망 직업으로 떠오른 프로그램 개발자를 꿈꾸게 됐다. 지난해 10개월 과정인 한국폴리텍대 광명융합기술교육원 증강현실시스템과에 입학해 게임 개발에 필수적인 프로그래밍언어 등 기초 지식을 익혔다.

김씨는 학업 이수 과정에서 각종 게임을 개발해 앱 마켓에 배포했다. 온라인 앱스토어 구글플레이가 그가 개발한 게임의 시장성을 높게 평가해 광고를 제의하기도 했다. 김씨는 현재 BTS월드 게임 개발사로 유명한 테이크원컴퍼니에서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폴리텍대에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팀원들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현장 적응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사학 전공자인 이상권 씨(29)는 문화재 연구보조원으로 일하다 2021년 폴리텍대 포항캠퍼스 융합산업설비과에 입학했다. 이곳에서 1년 과정의 ‘기업 맞춤형 교육훈련’을 통해 반도체 쿼츠웨어(반도체 웨이퍼 보호 용구) 용접 기술을 익혔다. 용접기능사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해 지난해 12월부터 경북 구미에 있는 중견기업 원익큐엔씨에서 일하고 있다.

폴리텍대 학생 9600여 명이 8일 전국 35개 캠퍼스에서 졸업을 했다. 폴리텍대는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이 출연해 설립한 직업교육 전문대다. 3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교수진이 현장 중심의 취업 교육을 하고 있다.

산업과 일자리 동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학교의 전략과 학생들의 취업 열망이 맞아떨어지다 보니 ‘대졸 취업난’ ‘우울한 졸업식’은 남의 얘기다. 2022년 대학정보 공시에 따르면 폴리텍대 27개 캠퍼스(2년제 학위과정)의 평균 취업률은 78.1%로 일반 대학(64.1%)은 물론 전문대(71.0%)도 앞선다.

싱가포르계 회사 재무팀에서 근무하던 김유신 씨(29)는 금융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해 3월 분당융합기술교육원 데이터융합SW과에 입학해 수출입 데이터를 크롤링(자동 정보 수집)하고 수출 경쟁력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씨는 뱅크웨어글로벌에서 금융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올해 폴리텍대 로봇캠퍼스를 졸업한 이재호 씨(26)는 입학 전 고졸 생산직으로 일하던 중 근무 현장에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는 걸 지켜봤다. 이씨는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기술을 익히고 싶다’는 생각에 로봇전자과를 선택했다. 2021년 설립돼 이날 1기 졸업생을 배출한 로봇캠퍼스의 취업률은 89.8%로 집계됐다. 이씨는 삼익티에이치케이에서 로봇 솔루션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 조재희 폴리텍대 이사장은 “올해 졸업생들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역량을 갖춰 사회로 진출했다”며 “세계를 무대로 열정적이고 진취적인 도전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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