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합작 뿌리 매우 깊어…협력 통한 경제적 번영 포기 말자"

입력 2023-03-21 11:07   수정 2023-03-21 11:26


"한국과 중국의 합작은 뿌리가 매우 깊습니다. 서로 협력해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것은 양국 국민들도 바라는 일일 겁니다. 소중한 관계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왕페이즈 산둥재경대 중일한연구원 원장(국제경제학 교수)은 기자와 만나 한·중 관계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산둥성 성도인 지난에 있는 산둥재경대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 교류가 많은 산둥성의 경제·금융 특화 대학교다. 왕 원장은 이 대학에서 국제무역학원장 등을 지냈으며, 산둥성대외경제학회, 산둥성개발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산둥재경대는 왕 원장 등의 주도로 2020년 11월 중일한연구원을 설립했다. 산둥성정부와 관련 정책 결정 부서에 한국과 일본에 대한 경제 정책을 제안하고, 한국·일본 기업의 산둥성 투자 현황 분석과 3국 자유무역지구 연구 등을 하고 있다. 중국 다수 대학 중 한중일 유일한 경제 부문 협력을 연구하는 소수 기구 중 하나다. 산둥성 공식 싱크탱크로도 지정돼 있다.

중일한연구원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학술 교류다. 왕 원장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한국과 중국 학자들 간 대면 교류 학회를 올 연말 한국에서 다시 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2018년 중국에서 시작해 2019년에는 한국에서 열린 학회다. 중국 측에선 산둥성 내 170여개 대학에서 50여명의 교수진을 선발해 방문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왕 원장은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협력을 심화하는 방안에 대해 학자들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산둥성은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지역내총생산(GRDP) 3위를 달리고 있다. 경제의 상당 부분이 한국·일본과의 교류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한중일 관계에 대한 관심도 많다. 현재 산둥성 성도이자 성 서부 경제의 중심인 지난과 동부 항구도시인 웨이하이에 한중 자유무역(FTA)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왕 원장은 "동부 웨이팡과 서부 타이안에도 추가로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며 "산둥성은 한국 기업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원장은 "최근 한중 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과 기업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높다"며 "갈수록 일본보다는 한국과의 연대감이 강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산둥재경대의 외국인 유학생 중 10%(20명 내외)가 한국인이며, 한중일 관계를 연구하는 전공 대학원생은 70명가량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왕 원장은 최근 한중 관계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정책,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한국의 기업들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왕 원장은 "미국의 정책을 너무 많이 반영하면 한국의 첨단기술뿐 아니라 일반적인 산업들도 대중 교류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대중 무역뿐 아니라 대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무역까지 줄어드는 것은 참고할만하다"고 지적했다.

왕 원장은 "예전에는 한국과 중국이 정치는 차갑더라도 경제는 뜨거운 관계를 유지했는데 최근에는 경제가 정치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중 관계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여전히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원장은 한중일 경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 같은 경제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역사나 정치 문제는 잠시 뒤에 두고 합작을 통해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와 교류를 통한 발전이 각국 국민들이 바라는 방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 원장은 한국과 중국 기업과 경제가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제시했다. 중국인은 한국의 화장품, 의료, 문화산업 등을 높게 보고 있으며, 한국도 중국의 농산품과 원재료 등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농업 부문에서 중국의 자원과 한국의 기술이 결합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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