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나라의 명운 바꾸는 결단과 뚝심의 정상외교

입력 2023-05-15 10:01   수정 2023-06-07 00:01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국빈 방문(state visit)은 한 나라의 정상(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여러 형식 중 최고 수준입니다. 공식 방문, 실무 방문, 사적 방문 등과는 격이 다릅니다. 상대국 정부가 의장대 사열을 비롯해 의회 연설, 국빈 만찬 등으로 ‘국가 차원의 손님’이란 말에 걸맞은 최고의 예우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역시 12년 만에 일본과의 ‘셔틀외교’도 부활시켰습니다. 윤 대통령이 올 3월에 일본을 실무 방문한 데 이어 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를 실무 방문했습니다.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을 직접 만나는 정상회담(정상외교)은 국가이익을 위한 최고위급 외교 행위입니다. 여러 반론이 나오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뚝심 있는 정상외교가 국익을 지키고 키웠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에서 70년 역사의 한미동맹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켜 우리나라 안보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습니다. 또 한미동맹의 영역을 바이오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로까지 확장시켰습니다. 일본과의 셔틀외교를 통해서는 양국 관계 회복에 속도를 냄으로써 궁극적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를 탄탄하게 구축했습니다.

외교의 3대 축과 정상외교에 대해 알아봅시다.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국가 간 동맹이 왜 필요한지, 한미동맹은 그동안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이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나라 정상이 직접 만나는 정상회담(정상외교)…국가이익을 위한 최고위급 외교 행위입니다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은 ‘영어 학원’으로 유명합니다. 영국 정부가 1934년 설립한 국제문화교류 기관인데요, 우리나라에는 1973년 주한영국문화원이 문을 열었고, 현재 서울과 일산에서 어학원 네 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국식 영어 시험인 토플(TOEFL)과 유사한 영국식 영어 시험 아이엘츠(IELTS)를 준비하거나 영국 유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 영국문화원을 많이 찾습니다.
공공외교
영국 정부는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영국문화원을 설립해 영어 교육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국 문화를 알리고 해당 국가 국민이 영국에 대해 우호적 생각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영국문화원이 대사관과는 별개로 외교 활동의 거점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런 방식의 외교를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영국문화원 같은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설립했고, 2016년엔 공공외교법을 만들어 공공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공공외교는 그 주체가 정부는 물론 비정부기구나 일반 대중도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외교와 차이가 납니다. 그러니까 일반 시민도 ‘민간 외교관’으로서 다른 나라 국민에게 자국 문화와 강점을 알려 자국에 호의적 친구를 만드는 것이 공공외교입니다.
소프트파워
파워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과 다르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능력’입니다. 하드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통해 강제로 상대방의 행동을 이끌어내지만, 소프트파워는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매료시켜 그들이 스스로 행동하도록 유도합니다. 공공외교는 하드파워가 아닌 소프트파워를 활용합니다.

그렇다면 공공외교에서 소프트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아닌 어떤 것을 활용할까요? 다른 나라 국민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문화, 예술, 가치 등이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BTS)이나 드라마 <오징어게임> 같은 대중음악과 영상 콘텐츠가 소프트파워로서 영향력을 발휘해 지구촌 곳곳에서 한국 이미지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이익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미국 국빈 방문 기간에 소프트파워 개념을 만든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만나 대담을 나눴습니다. 나이 교수는 2004년 “소프트파워는 강제나 보상이 아닌 매력을 통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교의 3대 축
공공외교와 함께 전통적인 정무외교 및 경제외교를 일컬어 우리나라 외교의 3대 축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2010년을 ‘공공외교의 원년’으로 선포했습니다. 그러니까 그이전까지는 정무외교와 경제외교가 중심이었죠. 정무외교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이슈를 다루는 것이고, 경제외교는 경제 및 산업 이슈에 대한 것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현실 외교에서는 정무외교와 경제외교, 그리고 공공외교가 따로 이뤄지기보다는 혼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슈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인 정무외교와 경제외교를 진행하는 데 민간이 주도하는 공공외교가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죠.
정상회담(정상외교)
외교는 협상과 교섭을 통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국제관계)를 다루는 일입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다루는 이슈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정무외교(국가 안보)와 경제외교(경제 및 산업)로 구분하고, 정부 외에 민간이 참여해 상대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면 공공외교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최고위급 외교 행위는 무엇일까요? 정부의 외교관이나 민간 외교관이 아닌 한 국가의 정상(대통령)이 상대국 정상을 직접 만나 행하는 ‘정상회담(혹은 정상외교)’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사전에 정부 관료들이 양국 현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치밀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그렇게 상호 이견이 어느 정도 조율된 상태에서 양국 정상이 공식 환영 행사와 만찬 등을 통해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최종적인 외교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NIE포인트
1. 공공외교의 개념을 설명해보자.

2. 소프트파워의 사례를 조사해보자.

3. 외교의 3대 축과 정상외교를 정리해보자.
70년 역사의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을 넘어…바이오 등 과학기술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어요
고구려는 장수왕(394~491년) 시절 막강한 국력을 자랑하며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백제와 신라는 서로 힘을 합치지 않으면 고구려를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신라의 라(두음법칙으로 나)와 백제의 제를 합친 ‘나제동맹’을 결성했습니다. 이처럼 국가 간 동맹(군사동맹)은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유사시 서로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동맹이 필요한 이유
나제동맹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국가 간 동맹이 이뤄졌습니다. 그렇게 많은 동맹이 생겨난 이유는 개별 국가와 국제사회의 차이 탓입니다. 개별 국가에서는 어느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과의 약속을 어기면 정부가 공권력을 행사해 약속 위반자를 처벌함으로써 구성원 간에 맺은 약속과 규칙을 준수합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는 그런 공권력을 가진 세계정부가 없습니다. 유엔(UN)은 세계정부가 아닙니다. 개별 국가들의 협의체일 뿐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유엔 총회가 국제사회의 어떤 문제에 대해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처럼 말이죠. 그런데 결의안이 채택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집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대부분의 국가가 러시아를 규탄했습니다. 침공 후 1개월 만에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침략 국가로 규정하고 군사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채택됐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냉엄한 국제사회 현실
국제사회의 현실은 냉엄합니다. 여러 국가가 우크라이나를 돕더라도 러시아와의 전면적 충돌은 피하려고 합니다. 다른 나라를 도우려고 자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 국가는 없습니다. 나제동맹처럼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동맹을 맺었더라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방적으로 동맹을 깨뜨리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1939년 나치 독일과 사회주의국가 소련은 상호불가침조약을 체결합니다. 상호불가침조약은 상호방위조약 및 중립조약과 함께 동맹의 일종입니다. 조약을 맺었지만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1941년 상호불가침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소련을 공격합니다. 현대 국제정치 역사에서 동맹이 3년 이상 지속된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전체 군사동맹 중 1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미일동맹, 그리고 한미동맹이 3년 이상 지속된 동맹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70년 역사의 한미동맹
한미동맹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시작해 올해 70주년을 맞았습니다. 수십 년간 한반도 안보의 기둥으로서 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체결 50주년이던 2003년에는 당시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노무현 정부의 대북 유화책이 갈등을 빚어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군사동맹이던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그 가치를 상승시켰고, 2013년 박근혜 정부는 한 단계 더 격상시켜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미국 국빈 방문을 통해 재래식 무기에 기반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핵이 포함된 상호방위 개념’으로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단순히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 계약 관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에 주목받은 또 다른 성과는 과학기술 협력을 한미동맹의 새로운 영역으로 제시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방문해 “한미동맹이 국방 안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학기술 협력이 동맹의 새로운 영역”이라고 역설했습니다. 10년 뒤 한미동맹 80주년쯤에는 바이오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에서 양국이 협력해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가 넘쳐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NIE포인트
1. 국제사회에서 동맹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보자.

2. 일방적으로 동맹을 파기한 사례를 조사해보자.

3. 한미동맹의 역사를 정리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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