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33조 투자에 환호…소 키우던 시골 도시 '천지개벽'

입력 2023-06-07 14:28   수정 2023-06-07 15:45

빽빽한 옥수수 밭 사이로 드러난
삼성전자의 거대한 텍사스 반도체 공장

한·미 반도체 공급망 동맹의 상징
1년 반째 밤샘 공사…올해 말 1단계 완공 계획

엔비디아 애플 퀼컴 위해 AI칩 등 수탁생산
인플레 속 투자비 33조원으로 폭증
미국의 '무리한' 보조금 조건에 삼성 고민 커져
미국 텍사스주 중심부의 오스틴에서 79번 국도를 타고 30분을 달리면 테일러 시가 나타난다. 빽빽한 옥수수밭을 넘어 멀리 수십여기의 거대한 크레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삼성전자가 약 250억 달러(33조원)를 투입해 짓고 있는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현장이다. 부지 면적이 총 1200에이커로 축구장 800개 규모에 달한다. 삼성전자 평택 사업장의 약 두 배 수준이다.

첨단 반도체 기술이 집약될 곳인 만큼 공사 현장의 경비는 삼엄했다. 짓고 있는 건물 수백여미터 전부터 '사유지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금지되어 있다고 쓰여 있다. 기자가 갔더니 현장 경비원들이 다가와 신분을 확인하고 "추가로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11월 공사를 시작했다. 올해 말 1단계 완공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밖에서 본 공장 건물은 아직 외벽도 완성되지 않았다. 현장 관계자는 "먼저 1~3층을 올해 안에 완공하는 게 목표"라며 "공사는 몇 년간 계속될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최근 첨단 반도체 공장은 복층 구조로 지어진다. 통상 3개 층에 1개 라인이 들어가는 식이다. 9층으로 짓는다면 3개 라인이 생산 안정화와 주문에 맞춰 순차적으로 설치된다. 삼성전자의 경계현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사장)은 지난 1월 이곳을 방문한 뒤 소셜미디어에 “올해 연말이면 공장(Fab)이 완공된다”며 “내년이면 미국 땅에서 최고 선단(첨단) 제품이 출하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곳에는 5나노미터(㎚)급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파운드리 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의 거대 IT기업들이 주문하는 칩을 수탁생산하게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5G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첨단 칩들이 나올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2030년까지 대만 TSMC를 제치고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을 개척한 곳으로 시장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는다.

이 공장은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미국은 중국을 따돌리고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으로 가져오기 위해 지난해 반도체법(CHIPS Act)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에 공장을 지으면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정부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사를 시작하면서 공식적인 착공식 행사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초과 이익 공유 △시설 접근 허용 △10년간 중국 내 반도체 설비 증설 금지(가드레일 조항) 등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소요 비용의 5~15%까지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을 신청하지도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가드레일 조항 등을 완화해달라는 공식 의견을 미 상무부에 제출한 상태다.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이곳 현장에도 들이닥쳤다. 삼성전자의 당초 예산은 170억 달러였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3월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건설 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80억달러 이상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전했다. 2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란 얘기다. 로이터는 "공사비 인상분이 전체 원가 상승분의 80% 정도"라며 "원자재 가격이 더 비싸졌다"고 지적했다.
인구 1만6000명 소도시, 테일러시 '천지개벽'
곳곳에 부동산 개발…삼성 위한 고속도로·직업학교도 설립
1870년대 횡단철도 건설 이래 최대 프로젝트
테일러 시는 경기도 부천시와 비슷한 면적인 53.40㎢에 1만6000명이 사는 조그만 시골 도시다. 옥수수 등 농작물 생산과 소 사육 등 농업이 핵심 산업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뒤 천지개벽하고 있다.

삼성전자 공장 터 말고도 곳곳에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다. 린드 가스, 한양이엔지 등 협력 업체들의 간판이 곳곳에 보였다. 또 공장 부지와 기존 79번 고속도로를 잇는 도로 CR 404는 4차선으로, FM 973은 3차선으로 확장되고 있다. 향후 교통량 증가를 감안한 것이다. 테일러 시가 속한 윌리엄슨 카운티는 지난 1월 이들 도로를 '삼성 고속도로'(Samsung Highway)라고 공식 명명했다.


옥수수밭이던 공장 주변 곳곳에는 아파트먼트와 단독주택 등이 들어서고 있다. 삼성은 현지 2000개 첨단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상태다. 슈퍼마켓 레스토랑 오피스 건물 등으로 개발할 수 있는 땅을 매각한다는 간판도 여러 군데에서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인력 양성을 위해 테일러 시 교육구에 자금을 지원해 직업교육학교인 삼성기술센터(Samsung Skills Center)도 만들기로 했다. 브랜트 라이들 테일러 시장은 "삼성의 결정은 1870년대 이곳에 대륙횡단철도(International & Great Northern Railroad)가 놓인 이후 지역 경제를 위한 가장 중요하고 중대한 발전"이라며 "삼성이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의 부지로 테일러시를 선정한 것은 영광"이라고 밝혔다.

텍사스 테일러시=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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