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가 최근의 골프웨어 부진을 심각하게 보는 건 백화점 매출 순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브랜드마저 침체를 피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타격이 워낙 광범위해 쉽사리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골프웨어 브랜드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점포별로 보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골프웨어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3% 급감했다. 총 20개 골프웨어 브랜드 중 나이키, 쉐르보 2개를 제외한 18개 브랜드 매출이 뒷걸음질 친 결과다.
이런 흐름은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인 지난해와 확 달라진 것이다. 신세계 강남점에 2021년 2월 입점한 지포어는 2022년 2~12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1.0% 불어났다.
티셔츠 한 벌에 수십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와 신규 진입 브랜드 중 ‘핫’하다는 입소문이 난 브랜드는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이키골프는 다섯 개 점포 전체에서 매출이 늘었고, 아페쎄(A.P.C)골프와 필립플레인골프는 각각 60%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다.
2030 소비자 사이에서 테니스가 골프를 대체하는 스포츠로 뜬 것도 요인이 됐다. 이들은 휴일 온종일, 수십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 골프보다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테니스로 대거 이동했다.
골프웨어의 백화점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테니스웨어 매출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게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1~5월 테니스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테니스를 즐기는 인구가 눈에 띄게 늘면서 패션업계에서 이들을 위한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기에 상당수 브랜드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가격을 올린 것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A골프웨어 브랜드의 경우 40만~50만원짜리 티셔츠와 50만원대 바지, 15만원짜리 모자를 갖춰 입으면 150만원을 훌쩍 넘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골프웨어 시장은 2010년대 초중반 달아올랐다가 거품이 확 꺼진 아웃도어 시장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며 “거품이 꺼진 뒤 일부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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