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한국 정부의 취소 소송에 유감…국민 혈세만 낭비해"

입력 2023-07-19 10:00   수정 2023-07-19 10:02



정부가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엇에 약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엘리엇 측이 "헛된 노력으로 끝날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엘리엇 측은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엘리엇 측은 "중재판정부가 5년간의 긴 소송 끝에 만장일치로 모든 실질적 쟁점에서 대한민국의 주장을 기각했다"며 "이에 대한 불복은 대한민국이 부패에 관용적인 나라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은 "삼성과 지난 정부의 행위로 인해 기관 투자자들과 연금 가입자 등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 역시 피해를 입었다"며 "이 사건의 핵심이 된 엘리엇에 대한 불법적 견제가 아니었다면 이들 한국 투자자들은 모두 상당한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불복은 엘리엇에 대한 반대라는 명목으로 삼성과 지난 정부가 합심해 소수 권력자들의 이익을 위해 국내외 주주들을 꼭두각시로 이용하고 그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논리가 중재판정 심사 과정에서 제시한 주장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엘리엇 측은 "대한민국이 개시한 법적 절차는 결국 헛된 노력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된다"며 "대한민국은 중재 절차에서 이미 전개했던 같은 주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주장들은 중재판정부가 이미 검토하고 기각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재판정에 따른 이자와 비용은 엘리엇에게 손해배상액 전액 지급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근거없는 법적 절차를 계속 좇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대한민국이 제기하는 주장을 검토한 후 강력히 반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찬성 투표 압력을 행사해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를 제기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우리 정부에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3명의 판정부 중 별개의견을 낸 판정부 구성원이 있었지만 판정부의 결론에 반대한 구성원은 없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8일 이 같은 판정에 불복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 다른 소수 주주들에 대한 압력 행사로 볼 수 없고, 국민연금 또한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며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미 FTA에는 없는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란 개념에 근거해 한국 정부에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책임을 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한국 정부가 취소소송에 나섰지만 승소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중재판정 취소소송을 걸어 성공한 사례가 적기 때문에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전체의 10%대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는 과거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의 계약금 몰취에 대해 이란 다야니 일가에 약 730억원을 지급하란 중재 판정에 불복해 2018년 7월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냈지만 2019년 12월 패소한 바 있다.

하채은 법무법인 에이파트 변호사는 "유의미한 승소판결을 받지 않는 이상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이번 판결이 메이슨 사건 등 다른 ISDS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가 쉽게 인정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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