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꾼 ‘대구시의 실험’이 6개월 만에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일 영업 허용 이후 소매업과 전통시장 상권 매출이 늘어난 결과에 한껏 고무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일 수 있다는 실증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14만 개 가맹점을 이용한 시민 100만 명의 카드 지출 내역을 빅테이터로 분석한 결과,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후 6개월간 의무휴업일 변경 대상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매출은 6.6% 증가했다. 대구지역 주요 소매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8%가 뛰었다. 소매업종 가운데 가구·가전·생활업종의 매출이 27.4%, 의류점 매출은 10.8%, 농축수산물 전문점 매출은 12.6% 증가했다. 음식점(25.1%)과 편의점(23.1%)은 다른 업종에 비해 큰 폭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주요 소매업 매출 증가율은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하는 인근 지자체인 경북(10.3%) 경남(8.3%) 부산(16.5%)보다도 높았다. 대형마트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인 슈퍼마켓 매출은 9.2% 증가했다. 이 역시 부산(4.2%) 경북(3.6%) 경남(3.0%) 등 주변 지역보다 높은 수치다. 바뀐 휴업일의 전통시장 매출은 전체적으로는 변화가 크지 않았다. 매월 둘째·넷째주 일·월요일 전통시장의 매출 증가율은 34.7%로 6개월 평균 증가율(32.3%) 대비 2.4%포인트 확대되는 데 그쳤다.
대구시의 이 같은 정책 사례는 획일화된 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에 대한 다른 지자체의 정책 재고에 참고가 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은 소상공인 보호 효과는 별로 없고 소비자 불편만 초래한다는 연구와 지적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전통시장보다 쿠팡 컬리 등 e커머스업체와 온라인 플랫폼이 반사이익을 얻는 흐름이 굳어진다는 분석도 많다.
이번 조사의 분석을 맡은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대형마트의 휴업일이 바뀌자 일요일은 온라인 구매를 줄이고 월요일은 온라인 구매가 늘었다”며 “불편한 규제를 강요하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농축산물 전문점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고 선택을 받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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