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서 판치는 '짝퉁 K브랜드'…피해액 6조

입력 2023-09-25 18:09   수정 2023-10-04 20:45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업체 토코페디아에선 삼성전자의 128GB(기가바이트) USB가 약 1만1000루피(약 9500원)에 팔리고 있다. 한국에선 3만~4만원에 판매되는 제품이다. 판매 사이트엔 1000개 이상의 상품평이 달렸고 제품 평점 역시 5점 만점에 4.8점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해당 제품은 위조품이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A씨는 “50GB 이상 저장하면 작동되지 않았다”며 “한국 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전자제품뿐 아니라 식품, 의료기기 등 다양한 위조품이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에서 가짜 한국산 제품 기승
‘K컬처붐’을 타고 한국산 제품 인기가 치솟으면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짜 한국산 제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액 추정지가 벌써 지난해 대비 다섯 배 급증하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5일 특허청이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알리바바그룹과 쇼피, 라자다, 토코페디아 등에서 유통되는 가짜 한국 브랜드 제품 피해 추정액(거래액)이 6조124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전체 피해 추정액 1조1242억원보다 444.8%(5조7억원) 급증한 규모다.

최근엔 베트남 전자상거래업체 쇼피의 한국산 짝퉁 판매 급증세가 두드러진다. 작년 피해 추정액은 4011억원 선이었지만 올 7월까지 4조4043억원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인기가 많은 라자다를 통한 피해액은 같은 기간 5095억원으로 추정됐다. 동남아 위조품 판매 급증으로 한국산 짝퉁의 핵심 판매처였던 알리바바그룹 전자상거래 피해 추정액은 6472억원으로 2위로 밀려났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온라인 짝퉁 제품 판매가 급증하는 이유는 K컬처붐과 높아진 인터넷 보급률 때문으로 분석된다. KOTRA에 따르면 작년 1월 기준 베트남 내 인터넷 사용자는 약 7200만 명으로 총인구수의 73.2%에 달한다. 2021년 130억달러이던 전자상거래시장 규모는 2025년 39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KOTRA 관계자는 “중국 오프라인 시장 등에서 판매되던 짝퉁 제품들이 전자상거래 발달과 함께 동남아 온라인 시장에 모이고 있다”며 “동남아 지역의 한류 열풍과 맞물려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자동차 부품까지 ‘짝퉁 진화’
제조업 공장들이 베트남으로 대거 옮겨온 것도 최근 동남아 일대 위조 제품 급증과 관련이 깊다. 2000년대 중국과 같이 제조업 발달과 함께 짝퉁을 만들 수 있는 여건과 기술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피해 추정액 증가는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동남아 일대에서 판매되는 짝퉁 제품의 절대량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의류 등 전통적인 짝퉁 시장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전자제품과 건강식품, 화장품, 장난감, K팝 아이돌 팬 상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 기술력이 필요한 짝퉁 제품의 판매가 늘었다. 2021년 해외 온라인 위조 상품 적발은 전자기기와 산업용품이 각각 4144건과 1만828건을 기록했다.

이날 중국 알리바바닷컴에선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베낀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검은색 바탕의 포장에 조리된 음식 사진과 캐릭터가 한국 정품과 같은 형태로 그려져 있다.

정부가 위조품 모니터링 대상 국가를 8개국에서 114개국으로 확대하며 대응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짝퉁이 팔린 뒤 대응하는 식으로는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최영진 변호사는 “동남아 지역에선 해당 국가에 상표를 먼저 출원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의 별도 협약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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