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가 클래식에 공 들이는 이유를 알려준 무대

입력 2023-10-12 18:38   수정 2023-10-13 00:39

광역시·도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가 ‘클래식 대중화’에 팔을 걷어붙이는 건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빡빡한 살림살이에, 대중문화에 비해 인기 없는 클래식에 목돈을 내놓는 게 쉬울 리 있겠는가.

그래서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은 가요, 뮤지컬, 마술, 연극 등에 무대를 주로 내준다. 단 한 곳, 마포구만 빼고서다. 마포구 산하 마포문화재단은 올해로 8년째 클래식 축제인 ‘M 클래식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무려 4개월(9~12월)이나 연다. 올해는 축제를 위해 오케스트라까지 결성했다. 기초자치단체가 축제용 악단을 꾸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첫 무대가 지난 11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악단 이름은 ‘M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사령탑은 창원시향 상임 지휘자인 김건(42·사진)이 맡았다. 악단은 서울시향, 부천시향 등 유명 교향악단 단원들과 그보다 작은 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됐다. 이날 협연은 부조니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피아니스트 김도현(29)이 함께했다. 김도현은 마포아트센터가 올해 처음 선정한 ‘상주 아티스트’다. 이 또한 다른 기초자치단체엔 없는 시스템이다.

공연의 포문은 오펜바흐의 오페레타 ‘지옥의 오르페우스’ 서곡으로 열었다. 하이라이트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전위적일 뿐 아니라 테크닉적으로도 어려운 곡이다. 김도현은 자유롭게 음형을 펼쳐내는 가운데 층층이 쌓아 올린 구조로 중심을 잡았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린 2악장, 거인의 발걸음처럼 쿵쾅거린 3악장, 혼란스럽고 광기 어린 4악장까지 마치자 그의 얼굴은 땀으로 흥건했다. 김도현은 이 난해한 작품을 ‘각 잡힌 수트’처럼 군더더기 없이 소화했다.

앙코르곡은 드뷔시의 ‘달빛’. 직선적이고 타악기적인 터치가 인상적이던 프로코피예프는 한순간 감미로운 선율과 우아한 터치의 드뷔시로 바뀌었다.

2부에서는 M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을 연주했다. 지휘자 김건은 활기차고 비장한 음향으로 금관 파트의 팡파르를 시작했다. 2악장에서는 씁쓸하면서 감미로운 오보에의 선율을 두드러지게 살렸다. 현악 파트의 피치카토(현을 튕기며 연주하는 주법)로 진행되는 3악장을 지나 쩌렁쩌렁 울리는 음량으로 고조되는 4악장까지 숨 가쁘게 달리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정식 악단이 아닌 만큼 완벽한 호흡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앙상블이 틀어지기도 했고, 소리의 세밀함이 부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단원들이 뿜어내는 열정적인 연주는 클래식의 매력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이날 청중의 밝은 표정에서 마포문화재단이 왜 ‘가성비’ 떨어지는 클래식에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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