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만 하면 대기업도 골라갈 판"…'취준생' 천국 된 나라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11-19 08:19   수정 2023-11-19 09:25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⑧에서 계속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일본에서는 신입사원의 학자금 대출을 대신 갚아주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빚을 대신 갚아주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종합상사와 대형 시중은행 등 전통적으로 대졸자들의 인기가 높은 기업들이 벌이는 인재쟁탈전도 치열하다. 경쟁이 얼마나 뜨거운지 '영구동토'로 묘사되던 일본의 지독한 임금 정체를 녹일 정도다.


일본 3대 메가뱅크(초대형 시중은행)는 전통적으로 문과 출신 졸업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가운데 하나다. 메가뱅크의 대졸 초임 월급은 오랫동안 20만엔(약 181만원) 수준에 묶여 있었다. 다른 업종의 초임 수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사원에 따르면 2022년 4월 민간 기업의 대졸 사무직 평균 초임은 20만7878엔(약 188만원)이었다.

일본의 임금이 얼마나 오르지 않았는지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미국의 컨설팅 기업 머서의 2021년 조사에서 일본 대기업 부장의 연수입이 싱가포르, 미국 뿐 아니라 태국, 말레이시아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 일본인들을 쓴웃음 짓게 했다.


2022년 조사에서도 일본 대기업 부장의 평균 연수입은 12만8351달러로 미국의 42%에 그쳤다. 입사 3년차 사원의 연수입 역시 미국의 47%에 그쳤다. 중국에 비해서는 7년차면 급여가 역전되고 부장급은 중국의 5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년 정체상태이던 일본의 임금수준을 변하게 만든건 인력난이다. 메가뱅크 2위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2023년 입행 대졸자들의 초임을 25만5000엔으로 5만엔(24%) 올렸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임금을 올린 건 16년 만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관계자는 임금을 인상한 이유로 "학생의 가치관이 다양해진데다 인재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급여를 올리지 않으면 신입행원을 뽑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미쓰이스미토모가 움직이면서 나머지 메가뱅크들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우수한 신입행원을 뺏길 처지가 됐다. 1위 미쓰비시UFJ은행이 즉각 5만엔을 인상했고, 3위 미즈호은행은 2024년 초임을 5만5000엔 올리기로 했다. 메가뱅크 관계자는 "고액의 보수를 제시하는 종합상사와 컨설팅 회사에 밀리지 않은 수준이어야 채용 경쟁에서 지지않는다"고 설명했다.

20여년 만에 월급을 대폭 올렸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메가뱅크로 몰릴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메가뱅크의 라이벌 종합상사도 가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는 올해 4월 입사한 대졸 신입직원의 초임을 30만5000엔으로 1년 전보다 5만엔 올렸다. 나머지 종합상사들도 인재 쟁탈전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임금인상 도미노를 벌였다.

우수한 신입직원을 뽑으려 급여를 올렸는데 모두가 월급을 올리면서 인상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당장 종합상사보다 또다시 월급이 5만엔 뒤지게 된 메가뱅크 등 금융업계는 인건비 부담 증가를 감수하고 임금을 추가로 올릴 지 고민이다.



종합상사와 메가뱅크조차 신입사원의 임금인상 경쟁을 벌일 정도로 심각한 일본의 인력난은 어느 정도일까. 리크루트웍스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3월 대학 졸업 예정자의 구인배율은 1.71배로 2023년 졸업자의 1.58배보다 0.13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은 일자리 1.71개 가운데 하나를 골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도쿄의 한 명문 사립대 교수는 "중상위권 대학 졸업생들이라면 대기업 3~4곳 가운데 한 곳을 골라갈 수 있을 정도로 취업 상황이 좋다"고 말했다.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⑩으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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