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전문의, 본인 정자로 몰래 환자 임신시켜"…美 '발칵'

입력 2023-12-16 15:18   수정 2023-12-16 15:34



미국의 한 불임 전문의가 자기 정자로 환자를 임신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NBC 등 미국 현지 언론은 전 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미국 최대 불임클리닉 중 하나인 보스턴 IVF를 설립한 메를 버거 박사가 비밀리에 환자를 임시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고 보도했다.

사라 데이포안은 버거 박사의 불임클리닉을 통해 인공수정을 했고, 1981년 딸 케롤린 베스터가 태어났다. 인공수정 당시 버거 박사는 데이포안에게 "남편과 비슷하고 자신도 모르는 '익명의 기증자'에게 정자를 기증받았다"고 밝혔지만, 2019년 DNA 검사에서 버거가 생물학적인 친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버거 박사는 불임 치료 분야의 선구자로 여겨졌다. 2020년에도 인공수정과 관련한 윤리적인 고민, 여성 건강 관리 옹호자로서 자신의 역할 등과 관련한 견해를 담은 회고록을 출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자기 정자로 환자를 몰래 임신시키는 '의료 강간' 혐의로 기소된 의사 중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베스터는 올해 초 자신의 병력을 탐색하기 위해 DNA 검사를 진행했고, 자신이 버거 박사와 혈연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데포이안의 법률 대리인인 아담 울프 변호사는 "버거 박사는 의뢰인에게 어떤 동의도, 의사도 묻지 않았다"며 "버거 박사의 극악무도하고 의도적인 위법 행위는 비윤리적이며 용납할 수 없는 불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베스터는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는 말하는 것조차 극도로 절제된 표현일 것"이라며 "현실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는 인생에서 가장 취약한 시기에 버거 박사를 의료 전문가로 신뢰했다. 그는 모든 힘을 가졌고, 엄마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그 상황에서 의사에게 기대할 수 있는 정직성과 윤리성을 갖고 행동하지 않았다는 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버거 박사의 법률대리인인 이안 핀타 변호사는 "그는 50년 동안 실무를 통해 수천 가구가 아이를 갖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운 출산 의료 분야 선구자"라며 "원고 측의 주장은 처음 연락한 이후 6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변경되고 있는데, 이런 혐의나 사실무근의 내용은 법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불임 의사가 환자를 임신시키기 위해 자기 정자를 사용한 행위를 '의료 강간'이라고 칭하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70년대부터 10여년 동안 수십명의 환자에게 자기 정자를 수정한 도널드 클라인 박사의 사례는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DNA 검사 결과 클라인 박사의 자녀는 2022년 기준 90명 이상으로 밝혀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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