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볼링공 굴러가듯 미끄러졌다"…도로 위 암살자 '공포'

입력 2024-01-16 15:27   수정 2024-01-16 16:04



“차가 마치 볼링공 굴러가듯이 빙판길 위를 빠른 속도로 떠내려갔고, 볼링핀을 강타하듯 앞차들을 연달아 ‘쾅’하고 부딪혔다.”

지난달 28일 세종시 한 다리 위에서 차량 약 40대가 연쇄 추돌사고를 목격한 A씨는 16일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고 당일 오전 5시 30분께 세종시 금빛노을교에서 차량 27대가 추돌했다. 그는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사고 후 운전자들의 사색이 된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며 “차량 간 추돌소리가 마치 대포를 쏜 것 같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말했다. 이후 1시간 뒤에 인근 아람찬교에서도 추돌 사고가 나 차량 8대가 부서지고 9명이 다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당시 세종시 사고를 안개와 도로 위 결빙(블랙아이스) 때문에 난 것으로 판단했다. 기온도 영하 5도 정도로 낮았는데 일대는 안개까지 짙게 끼어 운전자의 가시거리가 채 50m도 되지 않았다.

최근 전국적으로 한파 특보 등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블랙아이스’ 교통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어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상청은 16일 “낮은 아침 기온으로 길과 도로가 빙판으로 뒤덮히는 데 주의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부터 기온이 평년 이상, 영상(1~8도)으로 올랐으나, 오는 17일 오전부터 중부내륙지방에 영하 5도의 한파가 찾아올 전망이다.

특히 올 겨울철은 유독 포근한 날씨가 많아 눈·비가 자주 내렸다. 기온이 영상과 영하를 오고 가면서 전국 도로도 수시로 빙판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로 위의 암살자’라 불리는 블랙아이스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랙아이스란 도로 표면에 코팅한 것처럼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아스팔트 표면 틈으로 습기가 매연과 엉켜 얼어붙는다.

경찰청에 따르면 서리·결빙 등 블랙아이스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는 해마다 1000건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잠정)까지 집계된 서리·결빙 교통사고는 5199건 발생했다. 이 중 119명이 사망했고 8816명이 부상을 입었다.

블랙아이스 교통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와 비교했을 때 1.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런 미끄러짐이 벌어지면서 주변에 2차 연쇄 추돌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도심 보다는 차량 통행이 적은 외곽도로의 경우 블랙아이스 위험이 더욱 커진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결빙도로 관리를 강화하고, 센서가 부착된 염수분사장치 등을 확충해 그나마 연도별 사고건수가 조금씩 줄고 있지만, 요즘같이 변화무쌍한 날씨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추운 날 아침 운전을 특히 조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외곽 도로나 도로 및 평소 움푹 패인 구간 등은 블랙아이스가 도사릴 수 있다.

우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 설정에서 ‘동절기 결빙주의구간’ 안내 기능을 켜는 것도 필수다. 일반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 기본 설정에서 이를 알리지 않는다. 대표 내비인 ‘티맵’의 경우 ‘음성안내 항목’ ‘주의구간 알림’ ‘주의구간에 결빙 위험 구간 안내’ 순으로 설정하면 위험 구간을 미리 안내받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만일 실제 블랙아이스에 진입해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했다면, 차량을 무리하게 조향하려 하지 말고, 브레이크를 연달아 밟았다 떼길 반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륜 구동을 적용한 고급차의 경우 블랙아이스 위에서 더 위험할 수 있다. 되도록 겨울철 전용 타이어를 사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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