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수교 맺은 쿠바…주민들은 '식량·인력·전력난' 시달려

입력 2024-02-15 15:12   수정 2024-02-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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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지금껏 외교관계가 없던 쿠바와 수교를 맺으며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쿠바의 경제 상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수교가 중장기적으로는 쿠바 민간 부문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실질적인 협력에 기여할 수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단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 주민은 심각한 식량, 고급 인력, 전력 부족 등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외교부는 14일(현지시간) 한국이 쿠바와 수교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이로써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카리브해에서 가장 큰 도서국 쿠바는 북한의 우방국으로 알려졌다. 1959년부터 사회주의 혁명 이후 계획경제체제를 유지하며 한국과 교류를 단절했다. 이번 수교 이전까지 쿠바는 한국과 수교하지 않은 마지막 중남미 국가였다.

65년간 쿠바 경제는 계획경제체제가 무너지고 미국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며 점차 고립되었다.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 붕괴로 물자 지원이 끊긴 탓이다. 미국이 1992년 '쿠바 민주화법' 등을 발효하며 해외 자본 유입을 막는 등 제재를 강력히 추진한 것도 쿠바의 경제위기를 앞당겼다.
식량난에 '닭고기' 절도 사건 기승
쿠바의 식량난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로는 닭고기 절도 사건이 있다. 쿠바 관영언론 그란마와 국영 TV 뉴스 카날카리베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수도 아바나에 있는 공공 식품창고 ‘코프마르’에서 냉동 닭고기 133t을 훔쳐 시중에 몰래 내다 판 30여명을 13일(현지시간) 붙잡았다. 관리자에 따르면 이는 ‘중소 도시 시민들에게 한달간 배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알려졌다. 닭고기는 쿠바 주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다. 쿠바 정부가 수급을 통제하고 주민들에게 싼값에 배급하는 식료품 중 하나다.

닭고기 절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항구에서 가짜 송장을 이용해 닭고기 300상자를 훔쳤던 6명이 당국에 적발됐다. 쿠바 정부는 범죄 사실을 사회적 선전도구로 삼기 위해 보도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범죄 건수는 더 많다고 추정할 수 있다.

쿠바는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이같은 경제난으로 인해 반정부 시위는 지난해부터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만 392건, 4월에는 370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2021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같은 이유에서 벌어졌다.
전력난에 "몇 시간씩 정전은 일상"
전력난도 심각하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수도 아바나 외곽 마을 주민 게르만 마르틴은 "4~6시간 정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2월은 날씨가 춥지 않아 전력 수요가 적고 정전이 되는 경우도 많지 않은 시기다. 하지만 이번 2월에는 유독 이례적인 전력난을 겪고 있다고 주민들은 로이터에 전했다.

일상 생활뿐만 아니라 대규모 행사도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0일 쿠바 정부는 ’연료 위기‘로 국내 야구,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 경기를 중단했다. 연료 부족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쿠바 정부는 미국의 제재 조치가 연료 구매를 가로막았고, 경제 위기와 결합하며 전력난을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전력난은 수입 부족뿐만 아니라 물류 문제와 얽혀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쿠바가 확보하는 석유(하루 12만9000배럴)는 수요(하루 12만5000배럴)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조지 피논 텍사스 대학교 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료 수입 문제보다도 국내 인프라, 물류 및 처리 능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쿠바 패러독스'"의사 많지만 의사 없어요"
‘쿠바 패러독스’로 불리는 의료 인력 유출도 문제다. 인구 1만명당 의사가 9.8명에 이를 정도로 의사 인력은 풍부하지만 인력을 수출하느라 정작 국내에서는 공공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마크 폼페이오 미국 전 국무장관은 쿠바의 의료 인력 수출 정책을 “인신매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쿠바는 중남미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 파견 형태로 의료진을 ‘수출’하는 국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인 금액은 2018년 기준 64억 달러에 달한다. 망명한 해외 쿠바인이 연간 50~60억달러(추정)를 송금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해당 사업은 쿠바 경제를 그야말로 떠받치고 있는 수준이다. 쿠바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전세계 모든 대륙에 의료 지원단을 파견했다. 중남미,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부유한 중동 산유국과 유럽에서도 일했다.

팬데믹 시기에 의료진까지 파견하며 외화를 벌어왔던 쿠바는 경제 침체의 늪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알레한드로 길 쿠바 경제 장관은 지난해 쿠바의 수출 수익이 91억달러(약 12조1350억원)라고 밝혔다. 2019년 120억 달러(약 16조원)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쪼그라든 수준이다. 이어 경제장관은 “지난해 인플레이션율은 30%이며 식품가격은 78% 상승했다“고 밝혔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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