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주가 영향 줄 내용은

입력 2024-02-26 09:31   수정 2024-02-26 16:41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상장사가 최소 연 1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고, 적극적으로 계획을 마련해 실행한 기업을 아울러 시장 지수와 투자상품을 신설하는 게 골자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사에 적용된다.
상장사, '주가 제고방안' 해마다 공시해야
26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마켓스퀘어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 자본연구원,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과 함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의견수렴을 위한 1차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날 세미나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금융투자업계, 상장기업,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부는 상장사가 자사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을 마련해 최소 연 1회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공시는 대략 세 단계로 이뤄진다. 자본비용, 자본수익성, 지배구조, 주가 등 시장 평가를 감안해 자사 기업가치를 분석하고 현재 가치가 적정한 수준인지 기업 스스로 평가하는 게 첫 단계다. 이를 바탕으로 3년 이상 중장기 기업가치 목표 수준과 도달 시점, 도달 방안 등을 정해 거래소와 자사 홈페이지 등에 공시해야 한다. 2년차부터는 전년도 계획과 이행 수준 등을 공시해 포함해야 한다.

정부는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최소 연 1회 이상 하도록 할 예정이다. 업종 상황이나 경제적 여건 등에 따라 계획이 변경되면 추가로 수시 공시를 할 수 있다.

이 조치는 주요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선 사실상 주가 개선 방안 공시 의무화라는 분석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는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와 투자자 소통 노력을 기재해야 해서다. 올해 기준 자산 5000억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2026년엔 코스피 상장사 전체에 의무화된다.

정부는 오는 6월 중 공시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제공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시장에 이를 적극적으로 설명해 투자자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으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세정지원 '조금'...최대 5000만원 상장 연부과금 인센티브 제공
프로그램 적극 참여 기업엔 일부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가치 목표 설정이 적절한지, 계획을 충실히 세웠는지, 이행과 주주와의 소통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종합 평가할 방침이다.

우수 기업엔 일단 세정지원 다섯가지가 붙는다.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이다.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 선정, 코스닥대상 시상기업 선정 시 가점도 부여한다. 거래소 공시 우수법인으로 선정되면 상장 연부과금과 추가·변경 상장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선정 후 3년간은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유예도 한 차례 적용된다. 다만 상장 연부과금은 10조원대 시총 기업의 경우에도 1600만원이고, 최대 5000만원 상한이 있기에 기업에 큰 인센티브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연 1회 '기업 밸류업 표창'도 신설한다. 매년 5월 경제부총리상, 금융위원장상, 거래소 이사장상 등 약 10여개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수상 기업은 거래소 홈페이지·증권사 MTS 등을 통해 홍보하고, 거래소 공동IR 개최시 우선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밸류업 우수기업을 홍보하는 해외 라운드테이블을 연 상·하반기 한 차례씩 열고, 핀플루언서와 협업해 홍보용 유튜브 콘텐츠도 만든다
우수기업 ETF 만들어 투자 유도...비교공시도
정부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관련 ETF를 개발하기로 했다.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활발한 기업에 투자금이 우선 집중되도록 시장 여건을 만든다는 취지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기업 PBR, ROE, PER 등 주요 투자지표를 두루 고려해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출시한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투자도 유도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 지원방안을 반영할 예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행동지침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방침이다.

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선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제공한다. 분기별로 PBR, PER, ROE(5월초, 6·9·12월말)를 공표하고, 연간 배당성향·배당수익률(5월초)은 연 1회 공표한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공시현황 등 각종 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 있는 통합 홈페이지도 구축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매년 5월엔 각 기업의 밸류업 지원방안 참여·이행 현황을 종합 점검하는 백서도 발간한다. 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이 실제 투자지표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도 분석한다.
전담 추진체계 마련…자문단도 구성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추진체계와 자문단 등을 구성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기업 밸류업 전담 조직을 1부 2팀으로 마련한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모니터링, 정기 평가·분석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상장기업의 자발적 공시를 지원하기 위한 교육, 컨설팅, 번역 지원 등도 이 조직이 총괄한다. 한국거래소는 시총 1000억원 미만 중소규모 상장기업에 대해선 기업가치 제고계획 수립 컨설팅과 영문번역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평가·개선하는 자문단도 구성한다. 상장기업 IR 담당자, 애널리스트·연구원·학계 관계자를 비롯한 전문가, 국내외 투자자(국내외 IB·운용사, 핀플루언서), 유관기관(상장협·코스닥협회) 등으로 구성한다. 이들은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을 보완·업데이트하고 밸류업 정기 평가보고서를 검수해 우수사례 선정을 도울 예정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할 것"
프로그램은 상장사가 스스로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고 주주환원을 늘려 기업가치를 올리도록 유도하는 게 골자다. 국내 증시가 주요국 대비 저평가돼있음을 뜻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증시는 시가총액과 상장기업 수 등이 양적으로 성장한 반면 순자산대비주가(PBR), 순이익대비주가(PER) 등은 주요국 대비 낮다.

국내 증시 PBR은 사실상 10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말 한국 증시 PBR은 1.05배로 10년 평균치(1.04배)와 비슷했다. 지난 10년간 신흥국 평균 PBR(1.58배), 선진국 평균 PBR(2.5배)와 비교하면 확연히 뒤처진다.

상장사 배당성향도 마찬가지다. 10년 평균 기준 한국은 26%, 신흥국은 39.6%, 선진국은 49.5%로 격차가 크다. 한국 상장사는 ROE도 낮다. 작년 말 기준 5.2%로 같은 기간 신흥국(평균 10.8%), 선진국(평균 14.3%)의 최소 절반을 밑돈다. 금융위는 "기업이 자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는 "기업 스스로가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도록 지원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이러한 노력이 궁극적으로 한국 증시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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