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대로 떠나는 사무관…임용 5년 이하 퇴직자 5년새 2배

입력 2024-03-13 18:38   수정 2024-03-21 19:45


지난 1월 열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공직자 취업심사에서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A서기관은 한화솔루션 상무로 취업할 수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산업부 내부 반응은 덤덤했다. 최근 2년 새 민간 기업으로 이직한 과장급 간부만 10명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선 올 들어 행정고시 출신 사무관 3명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공직을 떠났다. 차세대 에이스로 촉망받던 인재들이어서 기재부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온 공무원들이 잇따라 공직사회를 떠나 민간행(行)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행정고시 출신 엘리트 경제관료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
○과장들의 잇따른 민간 기업행
13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취업심사를 받는 퇴직 공직자는 매년 꾸준히 증가해 1000명에 육박한다. 정년을 모두 채우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이직을 위해 자발적으로 공직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퇴직자 중 자발적으로 공직을 떠난 의원면직자 비율은 59.2%로, 2018년(45.2%)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민간 기업은 폭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장·차관 및 고위공무원단 출신을 주로 영입해왔다. 최근 들어선 실무 간부인 과장급을 임원으로 대거 영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무원 취업심사의 ‘단골 부처’는 국방부와 경찰청, 검찰청이었다. 제대 후 방산·경비업체에서 자문역을 맡는 군인·경찰과 로펌 변호사로 이직하는 검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산업부, 금융위원회, 기재부 등 핵심 경제부처 공무원의 퇴직심사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환경규제 강화로 민간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월성원전 수사 이후 산업부 공무원의 이탈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민간 에너지기업 임원으로 이직한 전직 산업부 과장은 “전 정부의 핵심 과제를 열심히 추진했던 공무원들이 되레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보면서 사기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짐싸서 떠나는 MZ 공무원
금융위는 본부가 세종이 아니라 서울에 있는데도 민간 기업으로 향하는 관료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6명의 과장급 간부가 민간 보험사 임원으로 이직했다. 2022년 환경부 과장 2명이 SK에코플랜트로 이직하는 등 다른 부처의 민간 기업행도 잇따르고 있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는 과장급 간부의 이탈이 다른 부서에 비해 적은 편이다. 최근 5년 기준으로는 지난해 말 이병원 부이사관이 삼성전자 IR 부사장으로 이직한 사례가 유일하다.

다만 기재부에선 젊은 사무관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로스쿨 진학뿐 아니라 민간 기업으로의 이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의대 정원이 2000명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의대 진학을 고심하는 사무관이 적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학 동기들이 행정고시 대신 로스쿨을 선택해 변호사가 된 뒤 고연봉을 받는 것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대비 공무원 보수 수준은 83.1%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행시 출신을 비롯해 입직 5년차 이하 젊은 공무원의 공직 이탈이 최근 5년 새 두 배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무원의 잇단 이탈이 공직사회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국가정책의 운영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조직의 위상 하락과 함께 우수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정책 부실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경민/오유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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