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나이 "트럼프 강경 발언은 정치적 수사…한반도·대만 전쟁 가능성 낮아"

입력 2024-03-15 18:45   수정 2024-03-1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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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자인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사진)는 14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은 계속되겠지만 한반도나 대만 등에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체제 유지가 중요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쟁이라는 모험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나이 교수는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나 주한미군 철수 압박 발언 등에 대해서도 “미국 국내 정치를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며 현실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나이 교수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차관보와 국가정보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하며 현실과 학문의 접목을 추구한 국제정치 분야 석학이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되면 바이든 대통령이 절대 유리합니다. 트럼프는 무당층과 중도층으로 지지층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제3의 후보가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는다면 불확실성이 커질 것입니다. 제3의 후보가 대선 승부처인 주요 주의 상황을 흔들고 적잖은 표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NATO에서 탈퇴하겠다고 합니다.

“정말 어리석은 발언입니다. 한국과 관련해 주한미군 철수 위협을 하거나 김정은에 대해 친근감을 표시하는 발언도 똑같습니다. 트럼프가 대중 앞에서 이렇게 얘기하는 건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대선에서 표를 결집하기 위해 이런 정치적 수사를 남발할 것으로 봅니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트럼프의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기본적으로 행정부와 의회에 둘러싸여 있게 됩니다. 그들은 트럼프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이 전쟁을 일으킬까요.

“정말 비이성적인 지도자라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김정은의 최고 목표는 생존입니다. 김씨 왕조가 살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그건 사실상 자살 행위입니다. 그가 그런 덫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에선 자체 핵무장 주장이 나옵니다.

“핵무기만이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미군의 존재입니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많은 미군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핵 억지력과 즉각적으로 연계돼 있습니다. 미국이 NATO 동맹국과 핵 협의를 하는 절차를 한국에도 비슷하게 적용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한국으로선 현재 수준의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한·미 간 핵 계획과 관련해 서로 협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틀을 마련하는 게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한반도보다 대만이 더 위험한가요.

“중국은 대만을 중국 영토로 되돌리고 싶어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한반도와 대만해협 등 동아시아에선 억지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처럼 시 주석도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대만을 공격하다가 실패하면 후폭풍이 큽니다. 이에 비해 가자지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두 국가 해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동 전쟁은 확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로부터 침공받은 우크라이나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이 중국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봅니까.

“중국이 분명히 강해졌지만 상당한 약점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인구 감소에 직면했습니다. 중국의 노동력은 2015년 정점을 찍었습니다. 기술로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총요소생산성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술 개선과 혁신은 민간 부문에서 나오는데 중국은 그럴 확률이 지극히 낮습니다. 시 주석은 기업을 국유화하고 민간 부문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방식입니다.”

▷그래도 미국은 중국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술 사용을 제한하는 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이 군비를 더 늘릴 수 있고 중국을 억제할 수 없게 됩니다. 한국은 미국의 대중 규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은 많은 나라를 끌어들이는 소프트 파워를 지녔습니다. 한국은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로서, 핵 억지력의 원천으로서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굳건한 한·미 동맹이 없다면 중국이 더 자유롭게 한국을 괴롭히고 이래라저래라 할 공산이 큽니다.”

■ 약력

△1937년 미국 뉴저지 출생
△1958년 프린스턴대 졸업
△1964년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1964년 하버드대 교수
△1977년 미 국무부 부차관
△1993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의장
△1994년 미 국방부 차관보
△1995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2012년~ 하버드대 석좌교수
△2014년 외교정책위원회 위원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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