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밝혀진 '벤자민 버튼의 비밀'…10년 후 생체시계 되돌릴 藥 나온다

입력 2024-03-17 18:40   수정 2024-03-25 16:51


‘벤자민 버튼 해파리’로 불리는 홍해파리. 지중해에 많이 사는 3㎜ 남짓한 크기의 이 해파리는 불멸의 삶을 사는 유일한 생물로 꼽힌다. 노화가 시작되면 유전자 복구 시스템이 가동해 다시 어린 해파리로 돌아간다. 이런 과정에 횟수 제한도 없다. ‘회춘’의 열쇠를 찾는 모범답안으로 꼽히는 이유다.
피부 나이 4~5년 더 젊게
인류가 고안해낸 영생 열쇠는 줄기세포 기반의 세포 리프로그래밍이다. 몸속 장기와 조직이 늙지 않고 젊은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바이오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턴바이오사이언스다. 지난달 기자가 찾은 턴바이오 실험실은 분주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턴바이오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피부를 4~5년 전의 상태로 되돌려주는 신약을 개발 중이다. 안야 크래머 대표는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 평가를 마쳤다”며 “올해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사람 대상 임상 신청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턴바이오는 이곳저곳 찌그러지고 얇아져 허물거리는 세포를 탱탱하게 바꿔주는 수준까지 기술을 축적했다. 크래머 대표는 “피부 탄력성과 보습능력이 월등히 좋아져 피부세포 나이가 젊어진다는 걸 확인했다”며 “10년 뒤에 세계 최초 회춘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간 생체 나이도 되돌린다
턴바이오는 피부 외에 다른 여러 세포의 생체 나이를 되돌리는 실험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비토리오 세바스티아노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심장 간 등 주요 조직과 장기가 회춘하는 신약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며 “실험실 수준에서는 이미 기술 검증을 끝냈다”고 했다.

턴바이오가 꼽는 세포 리프로그래밍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역분화줄기세포 기술을 이용하면 나이든 성인의 세포도 줄기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 ‘야마나카 인자’라고 부르는 특정 성장인자에 세포를 노출시키면 된다. 홍해파리처럼 줄기세포로 되돌아간 세포의 생체시계는 ‘0세’로 재설정된다. 하지만 인간의 몸속에서 0세로 되돌아간 줄기세포가 다시 어떤 세포로 분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피부 조직을 구성하던 세포가 신경세포나 심장을 구성하는 심근세포 같은 엉뚱한 세포가 될 수도 있다. 암세포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포의 시간을 되감을 때 중요한 게 정지시간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주인공은 늙은이로 태어나 점점 젊어져 신생아가 되는 역노화 시계 버튼이 멈추지 않았지만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은 10, 20대의 젊은 상태에서 멈추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반 회춘약 개발회사는 턴바이오뿐만 아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알토스랩스, 구글 자회사 캘리코 등도 세포 리프로그래밍으로 세포 생체시계를 되돌리는 회춘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병든 조직, 장기도 원상복구
이미 망가진 세포의 시간도 다시 되돌려 젊고 건강한 세포로 만드는 회춘 기술 연구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솔크연구소팀은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이용해 간경화를 일으킨 간을 이전의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암세포가 된 세포를 다시 정상세포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광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은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성질만 변환시켜 대장암과 유방암 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결과를 보고했다. 조 교수는 “60대 이상이 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데 암가역화 연구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작용이 심한 항암제 대신 암을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약으로 암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이우상 기자/남정민/최형창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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