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먹을 것 사기도 어려워요"…日 '쇼핑 난민' 속출 [김일규의 재팬워치]

입력 2024-04-23 07:36   수정 2024-04-23 08:54


일본에서 ‘고령의 쇼핑 난민’이 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 4명 중 1명은 집 근처에 상점이 없어 식료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촌은 물론 도시에서도 문제가 커지면서 일본 정부는 이동 판매 확대, 택배 보조금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현 난부초에서는 평일 5일 동안 일용품과 식료품을 실은 이동 판매 차량이 마을 전역을 돌아다닌다. 이 지역의 고령화율은 약 40%로, 전국 평균보다 10% 높다. 이동 차량에는 노인이나 병을 앓고 있는 사람 등 하루 50명 정도가 방문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고령 쇼핑 난민’은 총 904만 명으로, 이 연령대 인구의 25%를 넘어섰다. 2020년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거주지에서 슈퍼나 편의점까지 거리가 500m 이상이고, 자동차 운전이 어려운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추산한 결과다.

고령의 쇼핑 난민은 2015년 기준 추정치보다 10% 늘었다. 이 가운데 75세 이상은 566만 명으로, 같은 연령대 전체의 30%를 넘는 수준이다.

시골 상점이 문을 닫는 가운데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마저 사라져 쇼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운전면허를 반납하고 이동 판매나 택배에 의존하는 고령자도 늘고 있다.

전국 지자체별로 보면 규슈 북서부 나가사키의 쇼핑 난민 비율이 41%로 가장 높았다. 7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히면 절반 이상이 쇼핑 난민이다. 이 지역은 외딴섬 등이 있는 탓에 주변에 점포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어 아오모리(37%), 가고시마(34%) 순으로 쇼핑 난민 비율이 높았다.

도쿄, 오사카 등 도시에도 일부 쇼핑 난민이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 서남쪽 수도권인 가나가와가 6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도쿄, 오사카, 아이치도 각각 50만 명을 넘었다. 도쿄는 소형 슈퍼마켓이 늘면서 지난 추산 대비 쇼핑 난민이 11% 감소했다. 그러나 고령화가 속도가 빠른 나가사키, 아오모리, 가고시마 등은 상황이 악화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쇼핑 난민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양 부족에 따른 건강 악화까지 초래할 수도 있어 일본 정부는 다급한 상황이다. 이번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식량·농업·농촌기본법’ 개정안에서 지리·경제적 요인과 관계없이 교통수단 확보 등을 통한 ’식량의 원활한 입수’를 기본 시책으로 꼽은 이유다.

농림수산성도 지난달 쇼핑 난민 대응책을 내놨다. 이동 판매나 택배 서비스에 대한 보조금 지원, 자율주행 버스 실증 등에 힘을 쏟는다. 민간 기업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편의점 로손은 고령자 시설이나 교외 마을에 이동 판매 차량을 운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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