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과 맞물려 새로운 존재감을 보인다. 신(新)냉전의 중심에 서면서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고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를 상환하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 러시아는 비트코인을 새로운 돌파구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이 이제는 ‘자산이냐 아니냐’ 논쟁을 넘어 세계 경제와 지정학적 질서에 잠재적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나왔다. 지난 7월 공화당 소속 신시아 러미스 상원의원은 ‘비트코인 비축 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향후 5년간 비트코인 100만 개를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법안에는 “금 보유량이 역사적으로 금융 안보의 초석 역할을 해왔듯 디지털 시대에는 비트코인 보유를 통해 금융 리더십과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미국의 극심한 재정 적자와 부채를 비트코인으로 해결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 미국 국가 부채는 최근 사상 처음으로 36조달러(약 5경1100조원)를 넘어섰다. 미국 내에서는 “비트코인 가치가 최소 100만달러까지 오르면 미국은 비트코인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친(親)암호화폐 인사를 차기 행정부에 대거 포진시켰다. 암호화폐산업을 관할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내정했다.
러시아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와 손잡고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8월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했다. 암호화폐 소득에 최대 15%의 개인소득세를 부과하고, 채굴 및 판매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법안도 승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많은 국가가 암호화폐를 포함한 대체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비트코인을 누가 금지할 수 있냐”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달러 가치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등 주로 달러 기반으로 거래된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 시장이 확대될수록 달러 패권은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많다.
조미현/서형교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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