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2~3년 전부터 일본산 저사양 골판지원지(테스트라이너급)가 국내 시장에 저렴하게 공급되면서 제지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산 KLB의 강도는 ㎡당 175g으로 다른 골판지원지보다 단단하다. 일본 저사양 골판지원지 강도는 ㎡당 160g이다. 국산 KLB는 펄프를 20% 이상 섞어 만드는 데 비해 일본 저사양 제품은 100% 재생지로 제조한다. 품질 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제지업계가 반덤핑 제소를 결정한 건 일본 제지 업체가 자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싸게 제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오제지와 오지제지는 재생지 골판지원지를 일본에서 t당 500달러(약 70만원)가량에 파는데, 국내에선 420~450달러(약 60만~63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아세아제지 등 국산 KLB는 t당 70만원대에 거래된다.
국산 KLB와 비슷한 색으로 수입되자 일본산 골판지원지 수입량은 지난해와 올해 큰 폭으로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2년 2만3743t이던 일본산 수입량이 지난해 5만6560t에 이어 올해(10월 기준)에는 6만2214t까지 올라왔다. 연말 기준 추정치가 7만4657t인 점을 고려하면 2년 만에 세 배 넘게 폭증한 것이다. 국내 골판지원지는 2021년 590만여t으로 생산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540만t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골판지 관련 산업이 불황에 맞닥뜨린 가운데 일본산 저가 원지 침투가 골판지 생태계를 교란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싼 가격에 국내 시장을 잠식한 뒤 가격을 올릴 수 있다”며 “가격 왜곡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 정보가 최종 소비자에게 공개되지 않아 국내 업계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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