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에서 말하는 비용은 돈뿐만이 아니다. 시간도 비용이다. 1965년 미국 전업주부는 식사 준비와 설거지에 하루 평균 137.7분을 썼다. 1995년 이 시간은 68.8분으로 줄었다. 식사 준비의 기회비용이 감소한 것이다. 2003년에 나온 논문이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 더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다. 오늘날 식사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더 짧아졌다. 밀키트로 단 몇 분 만에 근사한 요리를 차릴 수 있다. 배달 앱을 이용하면 밀키트 포장을 뜯어 냄비에 넣고 끓이는 정도의 수고조차 필요 없다. 이런 변화로 사람들은 더 자주 먹게 됐다고 커틀러 교수는 분석했다. 한 끼에 먹는 식사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간식이나 야식을 먹게 돼 총 칼로리 섭취가 증가했고, 그 결과 비만해졌다는 것이다.
에릭 핑켈슈타인 듀크싱가포르국립대 의과대학 교수와 키르스텐 스트롬보트네 보스턴대 교수도 ‘비만의 경제학’ 논문에서 비슷하게 주장했다. 그들은 다른 상품에 비해 식품의 상대적 가격이 하락했다며 그중에서도 지방, 설탕, 과자, 탄산음료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라 사람들이 더 저렴하면서 살이 찌기 쉬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됐다는 것이다.
소득 계층에 따라서도 비만율에 차이가 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가구 소득 하위 20% 남성의 비만율은 45.2%로 소득 상위 20% 남성의 비만율 42.7%보다 높았다. 여성은 소득 하위 20%가 32.5%, 소득 상위 20%가 17.9%로 격차가 더 컸다. 애덤 드루노스키 워싱턴대 교수는 ‘비만과 식품 환경’ 논문에서 1달러로 섭취할 수 있는 칼로리를 분석했다. 1달러로 쿠키나 감자칩을 사면 1200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지만 당근을 사면 250칼로리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된 재원으로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려면 채소, 과일 등 건강에 좋은 식품보다 과자, 탄산음료 등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을 많이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음식 비용 하락이 비만 증가의 원인이라면 비용을 높이면 되지 않을까. 이런 아이디어에서 몇몇 국가가 설탕세 혹은 비만세를 도입했다.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런 음식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먹을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을 지우는 역진적 세금이 된다. 그보다는 채소, 과일 등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이어트 관점에선 음식을 차리고 먹는 일이 좀 더 귀찮고 번거로워져야 한다. 이미 편리해진 세상에서 옛날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휴대폰에 깔린 배달 앱이라도 지우면 어떨까. 자주 다니는 길에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이 있다면 없는 방향으로 빙 돌아서 가보자. 운동도 되고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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