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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생태계 무너진다" 가이드라인 절실 [중복상장 대혼란③]

입력 2025-04-28 08:47  

이 기사는 04월 28일 08: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회사와 자회사 중복상장 논란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명확한 사회적 합의나 제도적 기준은 부재한 상황이다. 명확한 법적 규제 없이 시장 여론과 주가 흐름에 따라 특정 기업에 ‘중복상장’이라는 낙인을 찍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중복상장 이슈에 대해 기업과 소액주주는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면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억압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 공백 속 '상장 줄타기'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행법상 물적분할로 자회사를 설립한 경우에만 일부 제약이 있을 뿐 일반적인 모자회사 동시상장에는 별다른 제도적 장치가 없다. 특히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자회사를 상장을 추진해 중복상장이 되는 경우 적용되는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상장 전 모회사 주주에게 사전 설명하고 보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상장 심사 기준도 일반 기업보다 까다롭다. 이를 제외하면 금융당국조차 중복상장 여부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어 사례마다 주주 반응과 여론 등을 살피며 결정을 내리는 실정이다.

중복상장 논란을 정리할 규제 도입이나 ‘모범 규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상장기업 간의 얽힌 지분 구조 해소를 유도하고 있다.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율적 공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보다 직접적인 규제를 두고 있다. 상장 규정상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할 경우 양사 간 자산·영업 중복 여부를 엄격히 심사한다. 실질적인 사업 독립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상장을 허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IPO 생태계 '붕괴 위기'
현재와 같은 모호한 상태가 장기화하면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포기하거나 상장을 보류하는 일이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 상황을 방치하면 그동안 쌓아온 IPO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한다.

이미 일부 사모펀드(PEF) 운용사 투자심의위원회에서는 프리 IPO(상장 전 투자) 단계 등에서 투자금 회수 전략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기업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상장 전후로 어떤 규제가 적용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상장이 막히면 당장 사모펀드 등이 기존에 기업에 투자한 원금과 수익률을 상환받으려 할 것”이라며 “연쇄적인 유동성 악화, 투자금 회수 실패, 관련 기업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이라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어떤 경우에 모회사 주주 보호 방안을 고려해야하는지, 고려해야한다면 어떤 보호 조치를 해야하는지 등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상장 가능성을 판단하고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일정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고 단계적인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문제의 본질은 상장을 막는 것이 아니라, 왜 상장하려는지, 그로 인해 주주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명확히 설명하고 검증하는 절차가 없다는 데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기업과 투자자 모두를 위한 제도 개선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최석철/최한종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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