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28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Our Ocean Conference, OCC)는 ‘지속가능한 해양’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행사였다. ‘우리의 바다, 우리의 행동’이라는 슬로건으로 이번 행사를 이끈 우리 정부는 OCC 개최국으로서 한국의 역량을 결집해 지속가능한 해양의 선도 사례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기후변화, 지속가능어업, 해양경제, 해양오염, 해양보호구역, 해양안보 6가지 영역에 걸쳐 3조7593억 원(약 26억 달러) 규모를 투입해 바다의 30%를 보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76개의 한국 블루 액션 플랜(Korea Blue Action Plan)을 내놓았다.
블루 액션 플랜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목표를 지지하며, 국제적으로 해양보호구역 논의 진전에 기여할 것을 약속했다. 해양의 탄소감축 및 흡수 수단으로서 국제 해운의 탈탄소화, 연안 및 어선의 친환경 선박 전환환, 해양폐기물 오염 해결을 위한 어구 관리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큰 가능성 품은 우리 바다
기후변화 부문에서 바다는 친환경 기술의 다양한 실험장이 될 예정이다. 위성, 전자 모니터링, 데이터 통합 등 다양한 기술이 바다로 모인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 혁신기술과 어업 분야 친환경 어선 기술개발, 친환경 연료 공급 기술개발 및 국제협력을 위한 탄소배출 없는 녹색해운항로 확산을 진행한다. 항만 하역 장비 무탄소화 전환을 지원하고, 국내 수소 암모니아 터미널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미 진행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태풍 등 해양 재해 예측 연구 지원 및 해양 기후변화 감시 예측 통합 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해양 공간을 관리하는 수단인 해양 공간 계획(MSP) 지식 공유 및 확산에 대한 지원도 실시할 계획이다.
탄소흡수에 대한 자연 기반 해양 탄소흡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국 연안 해안에 바다숲 540km2를 조성하고, 훼손된 갯벌 복원과 식재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전국 갯벌 염생식물 105km2를 조성한다. 또 블루카본(바닷가에 서식하는 생물 및 해양생태계의 탄소흡수원) 기반 기후변화 대응형 해안 조성 기술을 개발한다. 정부는 해조류 등이 탄소흡수원으로 공식 인정받을 수 있도록 블루 카본 이니셔티브를 더욱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또 정부는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규 양식 어종을 지원하고, 수산종자산업 기술을 개발하며, 양식어업재해보험과 양식 등 재해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플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양폐기물의 전주기 관리다. 해양폐기물의 발생, 예방, 수거 처리, 재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관리 체계를 구축해 실태조사함으로써 하천으로 유입되는 육상폐기물을 차단하는 시설을 확대하고, 부유쓰레기 수거 로봇을 시범 도입하며, 친환경 해양폐기물 수거를 위해 부유쓰레기 친환경 선박 개발 및 실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양 유해물질 오염원 추적기법도 개발하고, 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 및 관리 기술도 개발한다.
해양을 활용한 지속가능한 성장 기회도 모색한다. 한국은 내년부터 해상풍력특별법을 시행해 국가 주도 계획 입지 체계를 도입, 질서 있는 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여기에 파력발전 상용화 기술도 개발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망을 조성한다. 자율운항선박 개발과 친환경 실습선 건조는 물론 선박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는 디지털 항로 기술개발 및 실증을 추진하고, 스마트항만의 안정적 도입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

해양보호구역 턱없이 부족
다만 현재 한국의 해양보호구역 비율은 1.84%에 불과한 상황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는 2027년까지 이 비율을 3%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2030년까지 30%’라는 목표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한국과 규모가 유사한 국가 중 스페인은 12~13%, 이탈리아는 10% 내외, 일본은 8~9%에 이른다. 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때 면적만 늘리는 서류상 확대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는 관리 및 과학적 모니터링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해양 정책은 ‘보전’과 ‘이용’을 모두 언급한 만큼 수산 및 어업·개발 부문과 보호정책 간 충돌도 예상된다.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약속하면서도 산업적 접근을 강화하는 메시지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또 약속한 항목은 많지만 각 항목별 예산이 매우 적게 책정된 경우도 많아 실행에 이를 수 있을지,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예를 들어 예산이 가장 많이 책정된 디지털 부문에서 스마트 항만의 안정적 도입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는 데 2029년까지 7603억 원이 배정됐다. 기후 분야에서 ‘친환경 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에는 2031년까지 2540억 원을, ‘바다숲 조성’에는 2030년까지 16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블루카본 기반 해안 조성 기술개발에는 412억 원이 투입된다. 반면 하천 유입 해양쓰레기 실태조사에는 2억 원이 배정되었고, 부유쓰레기 수상 로봇 시범사업이나 하천 유입 차단 시설 시범 도입 등에는 예산이 아직 미정인 상태다. 앞으로 계획을 세우겠지만,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해양폐기물의 전주기 관리는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아직은 어젠다 수준일 뿐 구체적 계획이 나와 있지 않다. ‘전주기 관리’라는 표현이 현실적이려면 생산·유통·회수·처리까지 전 단계에 책임 주체와 실행 방안이 명시될 필요가 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어구 보증금제 확대나 전주기 관리 강화를 언급했는데, 방향은 맞지만 아직 체계적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고 보긴 어렵다”며 “생산 감축목표 설정, 전과정 추적 체계 확립 등 핵심 쟁점에서 적극적 리더십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앞으로 체결될 UN 플라스틱 국제협약과 관련해서도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 개최국으로서 선도적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오는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해당 내용을 재논의하는 제5차 INC 속개회의(INC 5.2)가 열린다.
해양 리더십 주도 기회
이번 아워 오션 콘퍼런스 기간에 ‘우리의 푸른 미래로 항해하다?연결, 혁신 그리고 번영’을 주제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해양관계 장관회의도 함께 열렸다. 회원국은 한국이 제안한 ‘APEC 해양 회복력 증진 로드맵’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며, 아직 발효 전인 공해상 생물다양성협약(BBNJ) 등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해양플라스틱을 포함한 해양쓰레기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국제적·지역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BBNJ가 발효되려면 60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우리나라는 21번째 비준국이다.
김연하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다수의 해양 공약을 제시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리더십’은 선언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다”며 “실현 가능한 로드맵과 구체적 예산, 법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공허한 선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2028년 제4차 제3차 유엔해양총회(UNOC) 유치를 준비하는 지금, 국제사회는 단순한 약속이 아니라 그것을 지켜내는 실천력을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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