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99.13
(91.46
2.24%)
코스닥
916.11
(22.72
2.42%)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같은 펀드에 출자했는데 저마다 다른 평가손실…구멍 뚫린 자산관리 [감사로 드러난 공제회 민낯①]

입력 2025-05-29 10:10   수정 2025-05-30 14:33

이 기사는 05월 29일 10: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노란우산공제회)와 군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 국내 주요 공제회가 사모펀드(PEF)에 출자한 자산의 사후 관리에 소홀해 기금운용 수익률이 왜곡되고 있다. 일부 공제회는 투자 자산이 손실 구간에 들어갔음에도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PEF가 부풀려 제공한 자산의 가치를 외부 평가 절차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회원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은 공제회의 대체투자 자산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지난 27일 공개한 '주요 연기금 등의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9곳의 공제회가 대체투자한 전체 1918건(2023년 결산 기준)의 자산 중 외부 평가기관에서 가치 평가 및 검증을 받은 자산은 333건(17.4%)에 그쳤다. 나머지는 투자를 집행한 PEF가 제공한 공정가치를 검증 없이 받아들이거나, 취득원가를 그대로 회계장부에 반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감사는 중소기업중앙회, 군인공제회, 경찰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한국교직원공제회, 한국지방재정공제회, 건설근로자공제회, 대한소방공제회 등 9곳의 공제회를 대상을 지난해 5월 진행됐다.

대체투자란 전통적 투자자산인 주식과 채권 등을 제외한 다양한 유형의 자산에 투자해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방식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공제회는 PEF에 자금을 출자하고, 해당 자금으로 PEF가 기업을 인수합병(M&A)하거나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해 거둔 수익을 되돌려받는 방식으로 대체투자를 한다. 자본시장법상 출자자(LP)인 공제회는 PEF에 투자 관련 결정 사항을 전적으로 위임하기 때문에 운용 지시를 할 순 없다. 대신 해당 PEF로부터 주기적으로 운용 성과를 보고 받으며, 관리·감독하는 구조다.

문제는 주요 공제회들이 PEF에 자금을 출자한 뒤 투자한 자산의 평가 등 사후 관리에 소홀하고 있다는 점이다. PEF는 비상장사를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위원회에선 비상장사 주식은 원칙적으로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놨다. 공정가치 평가란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 등 외부기관에 맡겨 현금흐름할인법(DCF) 등으로 기업의 현재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내 3대 연금은 대체투자 자산에 대해 매년 공정가치 평가를 해 회계장부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별도의 관리·감독 규정이 없다 보니 공제회들은 공정가치 평가를 하는 대신 취득원가를 그대로 장부에 반영해놓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업황 악화로 투자한 회사의 기업 가치가 하락해도 손실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경우 전체 투자 자산 211건 중 182건(87.3%)을 취득원가로 평가했다. 군인공제회는 취득원가 평가 비율이 47.8%, 경찰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는 각각 37.2%, 35.2%에 달했다.·

PEF가 제공한 공정가치 평가 결과를 별도의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았다. 경찰공제회는 121건의 투자 자산 중 외부 평가를 통해 자산가치를 확인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중기중앙회는 외부 평가를 거친 비율이 0.5%에 그쳤다. 군인공제회(2.0%)와 소방공제회(2.3%), 교직원공제회(13.1%) 역시 외부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은 자산이 극히 드물었다.

공제회들이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공정가치 평가 대상 자산을 선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지방재정공제회의 경우 투자 후 1년 이상 경과된 자산은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규정을 둔 반면, 경찰공제회는 국내 PEF와 벤처캐피탈(VC) 등에 투자한 자산은 원칙적으로 공정가치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뒀다. 군인공제회는 자체 기준에서 '정상'으로 분류된 자산은 공정가치로 평가하지 않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대상을 공제회가 자의적으로 선정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 경우 부실 자산은 취득원가로 평가해 손실 상황이라는 점을 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제회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니 똑같은 자산에 투자한 PEF에 출자를 한 공제회들의 평가손익이 다른 황당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교직원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가 공동 투자한 A PEF에 경우 교직원공제회와 과학기술인공제회는 해당 자산을 공정가치로 평가해 투자금 잔액의 53%를 평가손실로 인식하는 반면 경찰공제회는 이를 취득원가로 평가하고 있어 손실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있다.

PEF가 제공한 공정가치 평가액과 공제회가 외부 평가기관에 맡겨 평가한 기업의 가치가 크게 차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직원공제회가 출자한 B PEF는 자신의 펀드의 공정가액을 2169억원이라고 제출했지만, 교직원공제회가 외부 평기기관에 검증을 맡긴 결과 해당 펀드의 가치는 949억원에 그쳤다. IB업계 관계자는 "PEF는 투자 자산의 손실 상황을 숨기기 위해 공정가액을 부풀려 제출하는 꼼수를 쓰는 경우가 흔하다"며 "공제회가 외부 기관에 맡겨 자체적으로 투자 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